한번 시작하면 잠들 수 없는 클래식 - 24명의 대표 작곡가와 함께 떠나는 유쾌한 클래식 여행
음플릭스 지음 / 빅피시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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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았으나, 솔직한 생각을 담아 작성했습니다.


클래식(Classic)을 모를 때 클래식에 대한 나의 느낌은 우아해 보이고 고상하지만 지루한 음악이었다. 그렇지만 클래식 음악이 내면을 안정시키고, 두뇌 건강에 좋다는 이야기에 쉴 때는 아이돌의 노래보다 클래식을 듣는 버릇이 생겼다.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느끼는 건 머릿속이 복잡하거나, 마음이 불안정할 때 들으면 도움이 된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시작한 클래식 입문은 이제는 공연장에서도 듣는 단계까지 나아갔다. 그렇다고 곡에 대한 깊이가 있는 건 아니다. 정말 유명한 곡 몇 개를 제외하곤 작곡가와 제목을 연결해서 떠올리지 못한다.


이제 내 욕구는 작곡가와 음악을 더 깊이 있게 이해해 보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때마침 <한번 시작하면 잠들 수 없는 클래식>은 나의 욕구를 충족하는데 충분한 책이었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었을 때는 머릿속에 뒤섞여 있는 작곡가의 이름, 작곡 시기, 음악사적 배경들이 차곡차곡 정리할 수 있는 보관함이 만들어진 것 같았다.




가장 먼저 나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시대별로 진화해 온 클래식 음악의 변천사였다. 책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음악이 어떻게 시대의 거울 역할을 해왔는지 이해할 수 있다.


중세와 르네상스 시대가 오직 '신'을 찬양하던 엄숙한 단선율에서 점차 '인간'을 노래하는 다성음악으로 나아갔다면(귀도 다레초, 팔레스트리나), 바로크 시대는 화려한 장식과 웅장함으로 인간의 감정을 강렬하게 흔드는 음악(비발디, 바흐, 헨델)을 탄생시켰다. 이어지는 고전주의 시대는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을 거치며 이성과 감성의 완벽한 균형 그리고 정교한 형식을 확립했다.


하지만 낭만주의 시대에 접어들며 음악가들은 정해진 틀을 깨고 개인의 자유로운 감정과 민족의 영혼을 폭발적으로 쏟아냈다(쇼팽, 리스트, 차이콥스키). 마침내 근현대 시대에 이르러서는 드뷔시의 인상주의, 사티의 미니멀리즘, 스트라빈스키의 파격적인 리듬처럼 기존의 모든 질서를 해체하고 새로운 재료로 실험을 거듭하는 경지에 이른다.


이처럼 각 시대의 정신이 어떻게 소리로 번역되었는지를 이해한 덕분에 음악이 훨씬 더 깊고 풍부하게 들리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한다. 물론 나는 천재가 아니기에 이 책을 첫 단추로 계속해서 음악사에 관심을 가질 루틴을 만들기로 했다.




<한번 시작하면 잠들 수 없는 클래식>이 주는 또 다른 놀라운 위안은 신격화된 거장들의 민낯을 마주할 수 있다는 점이다. 위대한 예술가라고 하면 세속과는 동떨어지고, 고결한 삶을 살았을 것 같았다. 그러나 그들도 우리와 다를 바 없이 팍팍한 현실과 싸우는 인간이었다.


평생 돈 문제에 시달리고 빚쟁이에게 쫓기기도 했으며(바그너), 시대를 너무 앞서간 탓에 당대에는 빛을 발하지 못한 채 조롱을 받거나(스트라빈스키의 첫 연주회 폭동 등), 후원자의 눈치를 보며 생계를 유지해야 했다. 심지어 천재의 대명사 모차르트가 '똥' 이야기를 즐겨 쓰는 유치한 면모가 있었고, 베토벤이 평생 닿을 수 없는 사랑에 고뇌했다는 사실은 그들을 더 이상 교과서 속 위인이 아닌 옆집에 사는 친근하고 안타까운 이웃처럼 느껴지게 했다. 사회적 배경과 지난했던 개인사를 덧입혀 곡을 들으니, 그들의 음악이 왜 그토록 절절하고 아름다울 수밖에 없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며 내 안에서는 커다란 호기심 두 가지가 떠올랐다. 첫 번째는 "왜 인간은 아주 오래전부터 글, 그림, 음악을 만들었을까? 대체 어떤 본능 때문일까?"였다.


음악가들의 삶을 보며 내가 내린 답은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고 싶었고, 세상과 소통을 하고 싶어 했다는 점이다. 인간의 육체는 유한하기에 우리는 언젠가 잊히고 사라진다는 근원적인 공포를 안고 산다. 예술은 그 찰나의 삶 속에서 자신이 느낀 기쁨과 슬픔, 분노와 사랑을 영원히 남기고 싶은 본능적인 발버둥 아니었을까? 시대를 막론하고 누군가 내 마음을 알아주기를, 나의 감정이 타인과 연결되기를 바라는 그 강력한 '공감과 연대의 본능'이 끊임없는 예술 창조의 원동력이었을 것이다.


두 번째는 "수백, 수천 년을 이어온 고전(Classic)에는 어떤 힘이 있길래 지금도 사랑받을까? 그리고 현대의 작품들은 그 위대함을 뛰어넘을 수 없을까?"라는 물음이다.


과거의 낡은 유물이 아니라 현재까지도 생명력을 잃지 않는 고전의 힘은 바로 '인간 보편의 진리'를 꿰뚫고 있다는 데 있다. 당대의 가벼운 유행은 시대가 변하면 사라지지만 모차르트의 환희, 베토벤의 투쟁, 차이콥스키의 우울은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의 내면 깊은 곳에도 있기 때문이다.




고전이 위대한 이유는 그것이 '시간'이라는 가장 가혹한 평론가의 검증을 이겨냈기 때문이다. 수많은 세대를 거치며 그들이 느꼈던 눈물과 감동이 마치 DNA처럼 전해지게 된 것이다. 현대의 뛰어난 기술과 기교로도 고전의 아성을 넘지 못하는 이유는, 그 안에는 흉내 낼 수 없는 수백 년 치 인간의 영혼과 역사가 담겨있기 때문일 것이다.


<한번 시작하면 잠들 수 없는 클래식>은 단순히 음악에 대한 교양을 넓힌 것뿐만 아니라 과거의 천재들과 현재의 나를 연결해 주는 영혼의 다리가 되어줬다. 이름만 알던 위인들을 친숙한 친구이자 이웃처럼 느끼게 되었고, 알 수 없는 언어 같던 클래식의 선율이 나의 마음을 대변하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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