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향인 - 세상 밖에서 세상의 중심이 되는 사람들
라미 카민스키 지음, 최지숙 옮김 / 21세기북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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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았으나, 솔직한 생각을 담아 작성했습니다.


오랫동안 사람의 성격을 '내향인'과 '외향인'이라는 이분법적인 틀로 나누어 생각했고, 그 틀 안에서 스스로를 정의하며 살아왔다. 나서기를 싫어하고 말수가 적은 편이며 넓은 인간관계보다 좁고 깊은 관계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모습은 내향인의 범주에 속한다고 믿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살아오며 내향인이라는 틀이 나를 온전하게 설명하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았다. 때로는 대중 앞에 서서 의견을 당당히 말하기도 하고, 특정 집단에서는 누구보다 주도적으로 대화를 이끌며 에너지를 발산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나는 정말 내향인이기만 한 걸까?"


가끔씩 나오는 나의 외향적인 성향은 근본적인 의구심이 들었고, 그 호기심은 나를 <이향인(Otrovert)>이라는 책으로 이끌었다. 어쩌면 나는 내향인도, 외향인도 아닌 제3의 존재 '이향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라미 카민스키 박사는 이 책을 통해 성격이 단 두 가지의 색으로 나뉘는 것이 아니라, 마치 무지개처럼 넓은 스펙트럼 위에 놓여 있다고 말한다. 그중에서도 이향인은 단순히 내향성과 외향성의 중간 지점에 있는 것이 아니라 에너지의 방향 자체가 다른 독특한 존재라고 한다.



이향인의 에너지는 관계적 지향성을 띤다는 점이다. 기존 심리학이 에너지가 안으로 굽느냐, 밖으로 뻗느냐를 따졌다면, 카민스키 교수는 누구에게로 흐르느냐라는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 이향인은 혼자 있을 때 에너지를 얻는 것도 아니고, 불특정 다수 속에서 활기를 찾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오직 '나와 주파수가 맞는 타인'과 연결될 때 비로소 에너지가 만들어지는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향인은 상대와 깊게 공명하는 거울 자아의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이들은 상대방의 감정, 말투, 에너지를 그대로 반사하는 거울 같은 존재였다. 상대에 따라 성격이 변하는 카멜레온 같은 모습 때문에 스스로 가식적이라 느낄 수도 있지만, 저자는 이것이 상대와 깊게 공명하려는 본능적인 노력이자 강력한 정체성이라고 강조했다. 한 문장으로 표현하면 "나는 누구와 있느냐에 따라 다른 사람이 된다"고 표현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타인에게 에너지를 집중하는 이향인은 자칫 상대의 감정에 함몰되어 '나'라는 중심을 잃기 쉽다는 점을 깨달았다. 그래서 저자는 이향인들에게 "당신은 타인을 비추는 거울이지만, 그 거울 자체의 틀(자기 자신)을 단단히 유지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마치며,


이 책을 읽는 동안 마음 한편에서는 "이 또한 누구나 겪는 보편적인 심리 특징을 내 이야기처럼 받아들이는 바넘 효과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적당히 조용하고 적당히 활달하다는 설명은 누구에게나 매력적인 수식어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을 덮으며 내린 결론은, 이향인이라는 개념이 주는 울림은 단순한 심리적 위안은 아니었다는 점이다.


우선은 스스로를 '내성적인 사람'이라는 좁은 방 안에 가둬 스스로에게 '내향인'이라는 꼬리표를 달았다. 그 꼬리표는 계속 커져 나를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고정관념을 주게 되었습니다. 내향인이라는 단어는 한때 나를 보호해 주는 성벽이었지만, 동시에 내가 가진 무한한 가능성을 가두는 감옥이기도 했습니다. 이향인은 그 성벽을 허물고 나를 세상 밖으로 끌어내기보다는, 내가 누구와 함께 있을 때 가장 나답게 빛나는지를 알려줬습니다ㅏ. 내가 누군가에게 깊이 몰입하고 그 사람의 색깔에 물드는 과정을 '줏대 없음'이 아닌 '경이로운 연결'로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이 책이 제게 준 것은 바넘 효과 같은 막연한 안도감이 아니라, 나를 관찰할 수 있는 선명한 렌즈였습니다.


<이향인>은 저에게 '나'라는 사람을 설명할 새로운 언어를 선물해 주었습니다. 저는 이제 스스로를 어느 한 단어로 고정하지 않으려 합니다. "나는 왜 혼자 있으면 외롭고, 여럿이 있으면 기가 빨릴까?"라는 질문에 대해, 책은 "당신은 이상한 게 아니라 단지 이향인일 뿐"이라는 명쾌한 답을 주었습니다. 이제는 보편적인 틀에 나를 맞추는 대신 내 안의 거울을 닦고 단단한 틀을 세워 세상과 더 깊게 연결되는 나만의 주파수를 만들어가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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