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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연결 지능 - 집단 두뇌가 만드는 사고 혁명 ㅣ 프린키피아 8
한나 크리츨로우 지음, 안은미 옮김 / 21세기북스 / 2025년 12월
평점 :
우리는 오랫동안 지능을 '개인의 성적'이나 'IQ'로 평가해 왔다. 하지만 뇌과학자 한나 크리츨로우는 이 견고한 고정관념의 틀을 깨고 지능을 새로운 관점에서 재정의했다.
그녀는 인간의 뇌가 홀로 존재할 때보다 타인과 연결될 때 훨씬 더 정교하고 강력하게 작동한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증명해 냈다. 이 책의 원제인 'Joined Up Thinking(연결된 사고)'이 시사하듯 인류의 진화는 개별적인 두뇌의 성장이 아닌 두뇌들이 서로 얽히며 만들어낸 '집단 두뇌'의 결과물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책의 표지에 "집단 두뇌가 만드는 사고 혁명"이라는 표현이 있다. 내가 '집단 두뇌'라는 표현에 즉각적으로 반응한 이유는 개인의 지적 성장이 마주한 벽을 허물 실마리를 찾고 싶었기 때문이다. 한 개인이 평생에 걸쳐 쌓을 수 있는 경험과 사고의 폭은 물리적, 시간적 한계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뛰어난 개인이라도 알고 있는 사실에 대해 인지적 사각지대를 발견하고 보완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나는 평소 "나와 다른 경험과 사고를 가진 타인과 대화하고 공동체 생활을 할 때 성장은 가속화된다"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이 책은 나의 이러한 직관이 단순한 느낌이 아니라, 생물학적 근거를 가진 진리임을 확인시켜 주었다.
저자는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두뇌들이 만날 때 발생하는 '뇌파 동기화'를 통해 집단이 개별 능력의 합을 넘어서는 초월적 지능을 발휘한다고 설명한다. 즉, 타인과의 연결은 내 지능에 정보를 덧붙이는 단순한 확장을 넘어, 사고의 차원을 바꾸는 질적인 도약을 의미했다.
책은 특히 '다양성의 힘'을 강조했다. 비슷한 생각만 하는 사람들끼리는 편향의 늪에 빠지기 쉽지만, 이질적인 경험이 충돌할 때 우리 뇌는 비로소 새로운 회로를 가동하기 때문이다. 젊은 뇌의 유동적인 가소성과 노련한 뇌의 결정화된 지혜가 서로 보완되며, 다른 문화적 맥락이 섞일 때 집단 지능의 해상도는 비약적으로 높아진다고 말한다. 직장에서도 이런 효과를 보기 위해 동료들 간의 수평적인 관계를 강조하고, 모두가 발언권을 얻을 수 있는 회의 문화 정착에 힘쓰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오버랩 되었다. 이런 노력들이 집단 두뇌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회사의 전략적인 문화 조성이었다.
책을 읽는 내내 한 가지 무거운 고민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우리가 마주한 미래 사회는 점점 더 개인화되고 있으며 개인 간 대면의 기회는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온라인상의 익명 소통이 주를 이루고, 대화의 상대가 인간인지 AI 인지조차 모호해진 시대가 되어가기 때문이다. 저자가 말하는 생물학적 연결과 집단 지능은 여전히 유효할 수 있을까?
한나 크리츨로우의 관점에서 본다면, 이는 분명 '집단 지능의 위기'다. 뇌파를 공명시키는 눈 맞춤, 미세한 숨소리, 체취 같은 원초적인 비언어적 데이터가 거세된 온라인 소통은 우리 뇌를 동기화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해상도 낮은 연결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또한 알고리즘이 만든 에코 체임버와 같은 반향실은 집단 지능의 핵심 재료인 '다양성'을 삭제하고 있다. AI는 분명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해 지능의 재료를 제공해 주지만 신뢰와 공감을 바탕으로 한 인간 고유의 초연결 지능까지 대체할 수는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
마치며,
<초연결 지능>은 집단 지능은 이제 과거처럼 자연스럽게 주어지는 환경이 아님을 깨닫게 해주었다. 파편화된 사회 속에서 우리는 의식적으로 타인의 두뇌와 연결되기를 선택해야 한다. 편리한 익명성 뒤에 숨기보다 목소리를 나누고 눈을 맞추는 노력을 멈추지 않아야 하며, 알고리즘이 추천하는 익숙함 대신 '불편한 다름'을 선호해야 한다. 나라는 좁은 한계를 깨부수고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우리가 왜 혼자여서는 안 되는지, 그리고 어떻게 함께 더 영리해질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과학적이고도 따뜻한 안내서였다.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았으나,
솔직한 생각을 담아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