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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읽고 쓰는 학원장입니다 - 배움과 성장으로 인생 페이지를 채우는 사람들
박지영 외 지음 / 미다스북스 / 2025년 11월
평점 :
제목의 "읽고 쓰는"이라는 단어만 보고 이 책을 선택했다. 회사에서 일하는 시간을 제외하고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시간은 업무 시작 전의 책 읽는 시간과 완독 후 서평을 쓰는 시간이다. 학원장은 아니고 평범한 샐러리맨이지만 '읽고 쓰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은 읽기와 쓰기를 왜 시작했고, 무엇을 깨닫고 있는지 궁금해서 읽어보게 됐다.
책은 8명이 공저로 쓴 책이다. 모두 읽기와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고, 독특하게 교육에 몸을 담고 있는 사람들이다. 직업을 떠나서 '읽고 쓰기'를 계속하는 이유 속에서 내가 끌리는 점은 무엇인가 생각해 봤다.
그들은 글쓰기를 단순히 생각을 옮기는 일이 아니라 '나를 관찰하는 일'로 인식했고 무엇을, 어떤 마음으로 쓰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었다. 이는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 상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나아가 글쓰기는 내 안의 상태를 투명하게 비추는 거울과 같아 불편하더라도 자신을 똑바로 바라보게 하는 성찰과 치유의 시간이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특히 말의 약함과 글의 힘에 대해 표현한 내용이 인상적이었다. 살아가며 참 많은 다짐을 하는데, 다짐은 어디까지나 추상적인 생각일 뿐이다. '생각만으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무형의 생각을 붙잡기 위해 글을 쓰는 행위가 중요하다는 메시지였다. '이루고 싶은 걸 종이에 써서 지갑에 넣고 다녔다', '꿈을 쓴 학생들이 졸업 후 더 많은 돈을 벌었다'와 같은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와 맥락이 이어진다.
단순히 소망을 적는 것을 넘어, 목표를 글로 쓸 때 비로소 실체가 되고 삶의 '방향 설정'이 된다는 점은 나에게도 큰 울림을 주었다. 천재가 되기, 보드게임 작가가 되기와 같은 비현실적인 목표들이 기록을 통해 멘사 회원이 되고 텀블벅 펀딩을 달성하는 현실로 바뀌는 과정을 보며 '가능성'이 아니라 '기록'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마음에 새겼다.
더 나아가, 이 책은 글쓰기를 '습관'의 영역으로 만들기를 권했다. "매일 문장을 쓴다. 쓰는 날과 못 쓰는 날이 있다. 하지만 중요한 건 매일 책상 앞에 앉는 일이다. 습관이 문장을 만들고, 문장이 삶의 방향을 결정한다." 이 문장은 압도적인 통찰이었다. 글쓰기의 완성도에 얽매이지 않고 매일 책상 앞에 앉아 감정을 가볍게 적고 일상의 단상을 쌓아가는 루틴이야말로 나를 유지하는 장치라는 깨달음은 꾸준함이 무기인 나에게는 힘이 되는 메시지였다.
마치며,
사무실에서 업무 환경이 바뀌고, 과거 함께 일하던 동료들도 뿔뿔이 흩어지며 회사 내에서 고독함을 느낄 때가 종종 있다. 한때는 고독함을 달래기 위해 책을 읽기 시작했지만, 이제는 독서와 글쓰기라는 루틴을 통해 더 큰 의미를 찾고 있다.
<나는 읽고 쓰는 학원장입니다>를 읽으며 책을 통해 채우려 했던 고독함의 빈자리가 사실 나만의 방향성을 찾고 삶의 밀도를 기록하고 싶었던 잠재적인 욕구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기록은 단순히 잊지 않기 위해 남기는 것을 넘어 기억이 흔들릴 때에도 늘 제자리에 남아 나를 지탱하고 미래를 바꾸는 씨앗이 되기 때문이다.
'To. 백살의 나'에게 보내는 편지처럼, 지금의 읽고 쓰는 습관은 훗날 주름진 얼굴을 보며 '너는 이미 충분히 살아왔고, 충분히 남겨두었으니까'라고 말해줄 나의 가장 단단한 증거가 될 것이다. 고독을 잊게 만드는 것을 넘어, 글쓰기는 나만의 속도로 묵묵히 나아가 결국 세상에 따뜻한 흔적을 남길 수 있다는 확신을 준 책이다.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았으나,
솔직한 생각을 담아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