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종말의 허구
곽수종 지음 / 메이트북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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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사회 속 한 명의 구성원인 내가 시스템을 통제할 수 있는 부분은 없다. 이 거대한 시스템 속에서 나와 가족을 지키기 위해 내 돈을 통제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고, 그 방법은 투자라 생각한다. 나는 가장 안전한 투자처를 '미국'이라 믿고 있다. 그래서인지 미국의 기축통화인 달러 패권은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은 내 투자의 근간이 되는 믿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 불가능한 정치·외교적 행보, 특히 '관세 정책'은 나의 믿음을 흔들기에 충분했다. 국제 정세를 속속들이 알지 못하는 한계에서 비롯된 불안감이다. 이처럼 단순한 관세 문제 하나로 달러의 운명을 예단할 수 없다는 생각에 명확한 답을 찾고자 <달러 종말의 허구>를 집어 들게 되었다.


책의 첫 장 '트럼프의 오독: 달러 패권이 불안하다.'는 놀랍게도 나의 불안감을 정확히 관통했다. 저자는 트럼프의 시대를 '시대 전환'의 서막으로 보면서 그의 방식, 특히 관세 정책을 '시대 변화의 오독'이라고 명명하고 있다.


저자는 "균형과 신뢰가 결여된 경제는 결코 번영할 수 없다"라고 단언하고 있다. 트럼프의 관세 정책과 일방적인 외교는 바로 이 '균형'과 '신뢰'를 깨뜨리는 행위이기도 했다. 책의 표현대로 경제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안정적 투자 환경과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가 필요한데, 현재의 미국은 이 신뢰를 스스로 훼손하며 "지속 불가능해 보이는 경로를 고수" 하고 있는 셈이기 때문이다. 나의 불안감이 단순한 기우가 아니라 자본주의의 핵심인 '신뢰'의 균열을 직감했기 때문 아니었을까?


나의 불안과는 별개로 저자는 '달러 종말론은 허구'라고 단호하게 말하고 있다. 트럼프의 정책이 신뢰를 훼손하는 것은 맞지만 그것이 달러 패권의 즉각적인 붕괴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책의 핵심 주장은 달러 패권을 유지하는 힘은 미국이 완벽해서가 아니라, 달러를 대체할 만한 대안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근거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는 달러의 압도적인 구조적 우위다. 저자는 달러의 지위가 "규모의 경제, 범위의 경제, 밀도의 경제"라는 압도적인 금융 시스템 위에서 작동한다고 설명한다. 중국이 아무리 도전한다 해도, 이 모든 요소를 갖추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두 번째는 돈의 본질은 '신뢰'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돈을 인간이 만든 유일한 신뢰 시스템이자 인간 관용의 정점이라 표현한다. 문화와 종교를 초월하는 이 신뢰 시스템의 정점에 달러가 있으며, 다른 자산이 이 자리를 꿰차는 화폐가 등장한다는 건 현재로선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마지막으로 대체재의 명확한 한계를 지적하고 있다. 사례로 금이나 비트코인이 있는데, 그것들은 달러의 대체재가 아닌 '보완재'일뿐이다. 최근 뜨고 있는 스테이플 코인조차 달러에 연동됨으로써 오히려 달러의 지위를 공고히 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 책을 통해 나는 관세 정책이라는 좁은 시야에서 벗어나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저자가 경고하는 진짜 위기는 중국의 도전이나 트럼프의 관세가 아니었다. 오히려 진짜 위기는 미국 '내부'에 있었다.


'미연방정부의 재정적자'야말로 달러 패권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가장 치명적인 위협으로 보고 있다. 투자자들이 안전 자산이라 생각하는 미국 채권 (특히 장기 국채) 매입을 주저하는 이유는 미국이 재정 적자를 메우기 위해 채권을 공급하는데 수요보다 높은 공급이 결국 채권 금리 하락을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트럼프 1기 시절의 세제 감면을 영구화하려는 공화당의 감세 법안이 향후 10년간 연방 부채를 무려 2.5조 달러나 늘릴 수 있다는 우려를 명시하고 있다. 이러한 미국의 재정 상태에 대한 불신은 더 이상 추상적인 경고가 아니었다. 책에서 구체적인 사례로 지적하듯, 2025년 5월 16일 단행된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사태는 이러한 불신이 현실화된 상징적인 사건이다. 책의 발췌문에 따르면 이 강등의 배경에는 '막대한 재정적자와 증가하는 이자 비용'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자리하고 있으며 이는 '채권 투자자들의 불신을 키우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마치며, 불안한 트럼프 시대, 나의 투자 방향은 어디로 향해야 할까?


<달러 종말의 허구>는 나의 불안감을 완전히 해소시켰다기보다는 한시름 놓게 만들었다. 짧은 견해일 수 있으나 적어도 내가 살아가는 동안에는 달러화의 패권이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에 아직 나의 투자 방향을 바꿀 마음은 없다.


세상에 완벽한 것은 없으며 저자의 주장대로 달러 역시 미국의 재정적자라는 잠재적인 위험을 가진 화폐임은 분명하다. 달러 패권은 허구 같은 종말론에 당장 휩쓸리지는 않겠지만, 내가 앞으로 주의 깊게 관찰할 부분이 무엇인지 이 책을 통해 명확히 알게 되었다.


나의 불안감이 향해야 할 곳은 트럼프의 관세정책이 아니라, 그것이 초래할 미국의 신뢰 하락과 재정적자 문제이다. 투자의 나침반은 여전히 미국을 향하지만, 앞으로는 나침반이 흔들리는 진짜 이유를 주시해 시장 소음 속에서 내가 집중해서 봐야 할 게 뭔지 깨달을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았으나,

솔직한 생각을 담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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