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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런 지명이 생겼대요 - 읽다 보면 사회 상식이 저절로 ㅣ 그래서 이런 OO이 생겼대요 시리즈
우리누리 지음, 이경석 그림 / 길벗스쿨 / 2025년 9월
평점 :
<그래서 이런 지명이 생겼대요>의 뒷면에는 "어린이를 위한 지명 이야기"라고 쓰여 있다. 하지만 내 생각은 좀 다르다. 어린이보다 어른이 읽어야 하고, 자식들에게 육성으로 들려주면 좋을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책에는 지명을 중심으로 지명의 속 뜻과 얽힌 이야기들이 잘 정리되어 있다. 1장부터 3장까지는 서울을 시작으로 제주도까지 이어지는 지명들을 설명했고, 마지막 4장은 익숙한 외국의 지명에 대해서도 설명해 주고 있다.

나는 우선 살고 있는 서울의 지명부터 살펴봤다. 그동안 뜻도 모르고 부르던 지역의 이름들이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니 무심코 지나친 그곳에 대한 이미지가 머릿속에 더 선명하게 새겨질 수 있었다. 대학시절 술 마시러 자주 갔던 피맛골이라는 곳이 있다. 종로 대로에서 한 블록 안쪽으로 똑같이 길게 뻗어 있는 길이다. 그렇지만 매우 좁고 술집들이 빼곡하게 들어찬 곳이다.
나의 추억 속에 피맛골은 가성비 좋은 술집이 많은 곳이다. 그리고 옛날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술집이 많은 곳이기도 했다. 피맛골이란 이름이 왜 피맛골인지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피맛골'이란 벼슬아치들의 행차를 피해 백성들이 다니던 종로의 골목길이었다고 한다. 말을 피한다는 뜻의 피마(피할 피, 말 마)에서 유래한 이름이라고 책에 소개되어 있다. 이런 곳이 생긴 이유는 종로는 궁궐로 가는 길이 이어진 큰 길로 많은 상인과 백성들이 이용하기도 했지만 벼슬아치들도 그 길을 이용했다고 한다. 조선 시대에는 가마나 말을 타고 행차하는 높은 벼슬아치가 지날 갈 때까지 땅에 엎드려 있어야 했는데 한꺼번에 높은 벼슬아치가 궁궐로 들어가는 날에는 한참을 엎드려 있어야 했기에 불편이 컸다고 한다. 그래서 이를 우회하기 위한 통로로 피맛골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지금도 피맛골을 가보면 좁은 골목길에 음식점들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다. 물론 예전보다 많이 현대화되어 있다. 하지만 피맛골이라는 지명이 주는 의미를 간직한 채 여행객들이 식도락을 즐기며 쉬어갈 수 있도록 유지되어 있다. 피맛골이라는 이름을 알고 그곳을 여행하는 사람과 모르고 오가는 사람, 누구의 머릿속에 피맛골이 선명하게 남겠는가?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아이들보단 어른들이 읽고 나중에 자녀들과 대한민국 이곳저곳을 여행하며 그곳의 지명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주면 좋겠다고 말하는 것이다. 더불어 성인으로서 대한민국 지명 유래를 이해하며 세상을 좀 더 선명하게 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라 말하고 싶다.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았으나,
솔직한 생각을 담아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