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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마지막 집은 어디입니까?
랭커 지음 / 인베이더북스 / 2025년 7월
평점 :
30대 중반에 부부가 힘을 모아 첫 번째 집을 가지게 되었다. 부모님 댁에 얹혀살며 악착같이 모은 돈으로 마련하게 된 4가족의 보금자리였다. 내 집이 있다는 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느낌인지 구체적으로 표현하진 못하겠지만, 당시의 나는 인테리어가 마무리되지 않은 집에서도 하룻밤을 잔 적이 있었다. 왜 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좋았다.
나의 첫 집에는 아이들과의 추억이 많이 묻어 있었다. 헬로키티 유아용 식탁 베란다에 차려줬을 때 아이들이 기뻐했던 모습, 거실 창문에 아이들이 물감으로 상상력을 펼치던 순간, 주방 옆 식탁에 아빠의 어항 관리 취미 생활을 유심히 관찰하던 아이들에 대한 추억. 참 많은 추억이 묻어있던 첫 번째 집이었다.
<당신의 마지막 집은 어디입니까?>는 부동산 책이 아니다. 이 책은 집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가 무엇인지 생각해 볼 수 있도록 해주는 책이었다. 사실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내가 살 마지막 입지에 해당할 집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서였다. 내가 상상했던 마지막 입지는 자본주의 시대를 버텨내기 위한 입지라고 생각했지만, 책을 읽고 내게 선택해야 할 최적의 입지는 '마음의 평화와 가족의 행복'을 줄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고 생각을 전환하게 되었다.
책의 절반은 20대부터 80대까지 집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철저히 파헤치고 있다. 앞서 나는 30대에 첫 번째 집을 마련했다고 했다. 그나마 나보다 생각이 트인 와이프가 집을 가지고 싶었기에 나는 거의 끌려다니다시피 해서 가지게 된 집이었다. 20대의 나는 내 집을 상상해 보지 못했다. 그저 부모님과 함께 사는 곳을 내 집이라 생각할 뿐, 아직 울타리를 벗어나지 못한 어린아이일 뿐이었다.
사회생활을 시작한 30대, 직장에서 돈을 벌기 시작했고 사랑하는 연인을 만나 결혼하고 아기를 가지게 되었다. 그럼에도 나는 부모님 댁에 머무르며 월급을 모으고 재테크를 하고 있었다. 소액으로 주식만 사고팔뿐, 맞벌이 월급을 모으고 소비를 줄일 뿐이었다. 직장 선배들이 집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했고, 주변 동료들은 청약으로 내 집을 마련했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그러나 당시 아파트 시세가 얼마인지도 몰랐고, 그들은 그들이고 나는 나일 뿐이었다. 집을 가진 것이 어떤 느낌이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30대 중반에 가락동에 첫 번째 집을 가지게 되었다. 철저하게 '가지게 되었다'라고 말하는 게 맞을 것 같다. 나보다는 와이프의 노력으로 선택해서 대출받고 샀던 집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첫 번째 내 집은 나의 어리석은 판단으로 오래 보유하지 못했다. 조금 더 큰 집에 살고 싶다는 이유로 팔고, 큰 평수의 집으로 전세로 들어갔기 때문이다. 당시 그런 판단을 내린 데는 집을 사고 가격이 하락했었고, 내가 산 가격이 되었을 때 서둘러 팔았다. 그게 바로 2014년 ~ 2016년 사이의 일이었다.
이후 해외 주재원을 다녀왔고,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어 있었다. 내 집 없이 한국에 돌아온 나는 서둘러 집을 알아봤다. 안타깝게도 내 돈으로 살 수 있는 원하는 위치의 집은 없었다. 서둘러 거처를 정해야 하기에 전세로 집을 마련했다. 익숙하지 않은 집의 구조, 내 마음대로 꾸미기엔 아깝다는 마음 그리고 언젠가 또 떠나야 할지도 모른다는 주거 불안이 마음속 깊숙이 위치하고 있었다.
<당신의 마지막 집은 어디입니까?>는 20대부터 80대까지 집이 없으면 어떤 불안감을 느끼는지 잘 묘사해 주고 있었다. 그 마음은 집 없이 전세를 살던 내 마음과 같았다. 반대로 내 집이 있으면 어떤 점이 좋은지 그리고 집이 우리 삶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지에 대해서도 잘 쓰여 있다.
다소 반복되는 조언, 충고들이 책 읽는 독자들을 다소 피로하게 만들 수도 있지만 집의 필요성을 생각하게 만드는 충고라 생각하면 받아들이며 읽을 만했다.
현재도 나는 전세로 살고 있지만 불안한 마음은 없다. 이유는 40대 초반에 청약으로 당첨된 아파트가 있기 때문이다. 내 집은 다른 사람이 전세로 살고 있고, 나 역시 다른 사람의 집에 전세로 살고 있다. 내 집에 들어가지 않는 이유는 자녀들의 학교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아이들이 고등학교까지 마치면 그때는 내 집으로 갈 계획이다. 그렇다. 나는 돌아갈 집이 있기에 불안하지 않았다. 또한 직장 동료들이 삼삼오오 모여 집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도 하나 꿀릴 게 없다. 오히려 '난 세 들어 살아~'라고 자신 있게 농담도 한다. 아는 동료들은 내가 가진 집이 자신들의 집 보다 비싼 걸 알기 때문에 '하나도 안 불쌍해요. OO에 집 있잖아요.'라고 말하기도 한다.
가끔 내가 지금처럼 전세 살고 있지만 내 집이 없는 상태라면 대인 관계, 삶의 방향, 미래 계획이 어땠을까 생각해 본다. 지금은 내 집이 있다는 마음에 현재 삶이 고되도 조금만 버티면 된다는 마음이 생긴다. 더불어 내 집이 있기에 부동산이 아닌 금융 자산을 체계적으로 모을 수 있게 되었다. 더불어 내 집이 있기에 은퇴 후 쌓아놓은 금융 자산으로 와이프와 행복한 노후 생활을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기게 되었다.
어떤 이는 <당신의 마지막 집은 어디입니까?>를 읽으며 다소 불편한 마음이 생길 수도 있다. 그만큼 내 집이 없을 때의 불편한 현실, 마음의 상태를 계속해서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집이 있다면 그동안 생각해 보지 못했던 집이 주는 이점들을 다시 한번 곱씹어 보며 그 감사함을 되새길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책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았으나,
솔직한 생각을 담아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