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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조절 - 안전하지 않은 사회에서 나를 지켜 내는 방법
권혜경 지음 / 을유문화사 / 2026년 7월
평점 :
감정조절, 권혜경
『감정조절』을 읽으면서 가장 오래 남은 건 ‘정신화’라는 말이었다.
정신화란 나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능력이다. 내가 왜 이렇게 화가 나는지, 상대는 왜 저런 행동을 하는지, 내가 지금 느끼고 확신하는 것이 정말 현실과 일치하는지 들여다보는 힘이다.
말은 어려운데 생각해보면 우리가 살면서 꽤 자주 놓치는 일이다.
나도 그렇다. 기분이 상하면 상대가 나를 무시했다고 생각하고, 일이 마음대로 풀리지 않으면 누군가에게 원인을 찾는다. 한번 ‘저 사람은 원래 저래’라고 생각하기 시작하면 그 사람의 말과 행동이 모두 그렇게 보인다.
그 순간에는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생각을 잘 하지 못한다.
책에서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당시 모습도 정신화의 실패라는 관점에서 바라본다. 자신이 처한 위기를 국가의 위기와 동일시하고, 자신에게 반대하는 사람들을 종북 좌파라고 확신했던 태도를 예로 든다. 저자는 현실과 자신의 생각을 구분하지 못하는 ‘정신 등가 모드’, 다른 사람을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 대하는 ‘목적론적 모드’라는 개념으로 이를 설명한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정신화라는 게 단순히 다른 사람의 마음을 잘 헤아리는 능력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더 중요한 건 ‘내가 틀릴 수도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 힘’인지도 모른다.
내가 본 것이 전부가 아닐 수 있고, 내가 옳다고 굳게 믿고 있는 순간에도 상대에게는 전혀 다른 사정이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사람이 불안해지고 궁지에 몰릴수록 그 생각을 하기가 어려워진다. 오히려 내 판단을 더 확신하고, 나와 다른 사람을 적으로 돌리는 쪽이 쉬워진다.
책에서 이야기하는 ‘가해자와의 동일시’도 기억에 남았다. 약자가 되는 것이 두려워 강자와 자신을 동일시하고, 강자의 이익을 자신의 이익처럼 여기다가 자신이 힘을 갖게 되면 또 다른 약자를 통제하는 현상이다.
윤석열이라는 한 정치인의 이야기로 읽기 시작했는데, 꼭 정치에서만 벌어지는 일인가 싶었다.
회사에서도 비슷한 모습을 본다. 힘 있는 사람 앞에서는 그의 논리를 너무 쉽게 받아들이면서, 자신보다 힘없는 사람에게는 똑같은 논리를 들이댄다. 가정에서도 그럴 수 있고, 친구 사이에서도 그럴 수 있다. 사람은 생각보다 쉽게 힘이 있는 쪽에 서고, 또 힘을 갖게 되면 자신이 어떻게 대우받았는지를 잊는다.
그래서 정신화가 필요한 것 같다.
‘혹시 내가 잘못 보고 있는 건 아닐까.’
그 질문 하나를 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생각보다 많은 것을 바꾼다.
그리고 가끔은 스스로에게 묻는 것이다.“내가 지금 보고 있는 게 정말 전부일까.” 나이가 들수록 이 질문을 놓치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다.
『감정조절』을 읽고 남은 것은 결국 이 두 가지였다.
내가 보는 세상이 전부가 아닐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세상이 나를 흔들어도 나까지 나를 버릴 필요는 없다는 것.
@eulyoo #감정조절 #변한다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