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 세대의 유물은 썩어 없어졌어도 줄기의 둘레만 건재하면 나무는 괘념치 않는다. 넘치는 생명력은 오직 몸통의 바깥을 둘러 존재하므로 시간의 공격에 내부는 허물어졌어도 해마다 젊은 세대의 힘으로 회춘하면서 꿋꿋이 몇 세기를 살아가는 것이 나무다. 집합적 존재로서 조직에 부여된 특권 덕분에 나무는 사실상 가장 모순된 면모를 한몸에 지니게 되었다. 나무는 노인이자 청년이고, 죽은 자이자 산 자다.
식물에도 동물에 존재하는 본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