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게 무슨 일이 있든 넌 내가 사랑하는 김수남이야. 어떤 일이 생겨도 그 사실은 변하지 않아."벼랑 끝에 매달린 사람이 간신히 잡고 있는 나무줄기처럼 연약했지만, 강휘의 그 말은 수남의 목숨을 지탱하는 힘이었다.
얼마 뒤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여름되면서 하얼빈엔 비도 많이 오고 번개도 자주 쳤다. 강휘와 함께 있는 수남은 호두 껍데기 속에 든 것처럼 아늑했다. 강휘가 작은 상을 펴고 시장에서 사 온 음식을 올려놓았다. 만둣국과 볶음국수였다. 방은 물론 상도 작아 고개를 숙이면 머리가 맞닿았고 상 밑으로는 무릎이 맞닿았다. 함께 먹으니 조촐한 음식도 진수성찬 같았다.
숲 냄새가 오래전 기억을 불러왔다. 고향 뒷산은 수남의 놀이터였다. 수남은 큰언니와 함께 산골짜기를 뛰어다니며 놀았다. 그때 산은 엄마처럼 수남을 안아 주고 먹을 것을 주었다. 이번에도 그럴 것 같았다. 냄새를 양껏 들이마시자 겁은 줄어들고 기운이 솟았다. 관목을 헤치며 달리는 동안 몸이 뜨거워지고 가벼워졌다.
저 혼자 한 것도 아닌걸요
"헌실을 새 실로 만든 것처럼 사람의 운명도바꿀 수 있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