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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편의점 2 (양장 렌티큘러 한정판) ㅣ 불편한 편의점 2
김호연 지음 / 나무옆의자 / 2024년 12월
평점 :
익숙한 공간에서 발견한 위로
야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늘 그렇듯 골목 끝에 있는 편의점에 들렀다. 그냥 물 한 병 사려고 들어갔는데, 이번엔 이상하게 오래 머물렀다. 매대에 놓인 물건들이 평소와 다를 건 없었지만, 어쩐지 편안한 기분이 들었다. 그날은 그렇게 작은 위로를 얻은 채 집으로 돌아왔다.
『불편한 편의점 2』를 읽는 내내 그날 밤이 떠올랐다. 청파동의 ALWAYS 편의점이라는 익숙한 공간에서 펼쳐지는 이 이야기는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곳을 넘어, 사람 냄새 가득한 작은 세상처럼 느껴졌다.
책 속에 등장하는 황근배. 그의 존재는 특별했다. 한눈에 튀는 인물은 아니지만, 그의 묵묵함과 다정함이 편의점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큰 위로가 된다. 취업난으로 힘들어하는 소진, 가정 문제로 상처받은 민규, 그리고 자신만의 문제로 애쓰는 수많은 이들에게 황근배는 "괜찮다"는 말을 건네는 듯했다.
읽다 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공간과 사람들을 스쳐 지나왔을까? 바쁘게 걸음을 옮기며 지나쳤던 편의점, 카페, 버스 정류장…. 그곳에도 분명 나름의 이야기를 품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을 텐데, 나는 그저 바삐 살기에만 급급했던 건 아닐까?
책을 덮고 난 뒤, 다시 그 편의점에 갔다. 편의점 문을 열며 직원에게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했고, 계산을 마친 뒤 "수고하세요"라는 말을 덧붙였다. 평소에는 그냥 지나쳤던 순간들에 조금씩 따뜻함을 담아보기로 했다.
『불편한 편의점 2』는 나에게 그런 다짐을 선물해 준 책이다. 익숙한 공간이지만 낯설게 다가오는 위로,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소소한 행복을 다시금 발견하게 해줬다. 아마 이 책을 읽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신만의 편의점에서 따뜻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작은 공간에서 발견한 커다란 울림. 이 책이 당신에게도 그런 하루를 선물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