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일단 얇아서 좋았다. 70쪽 남짓이라 커피 한 잔 마시면서도 끝까지 읽을 수 있다. 그런데 얇다고 가볍진 않다. 오히려 짧은 문장들 사이에 묘하게 오래 남는 여운이 스며 있다.‘인디언 서머(Indian Summer)’라는 말 자체도 참 예쁘다. 한여름이 지나고 갑자기 찾아오는 늦가을의 따뜻한 햇살 마치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 다시 피어나는 설렘처럼 느껴진다. 오 헨리는 늦게 찾아온 사랑과 열정을 그렸다.양치기 존슨이 이웃집 소녀 판치타를 보고 잃어버린 젊음을 다시 꺼내는 장면은 귀엽고도 안쓰럽다. 나이 들어도 여전히 마음속엔 봄이 있다는 걸 보여주는 이야기.짧지만 인생의 한 단면을 찌르는 글,‘나이 들어 죽음을 맞이했을 때 나는 어떤 후회를 남길까?’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따라왔다.‘늦게 찾아온 따뜻함’, 그게 바로 인디언 서머이자 이 책의 전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