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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꿈
허린 지음 / 와우라이프 / 2024년 8월
평점 :
소설은 화려한 사건보다 ‘감정의 여운’을 그려요.
홍콩이라는 도시를 배경으로, 낯선 공간 속에서 서로에게 스며드는 두 인물의 이야기가 천천히 펼쳐집니다.
대화는 짧지만, 그 사이의 침묵이 오래 남습니다.
읽는 동안 내 마음 한쪽이 서서히 젖어드는 기분이 듭니다.
특히 완차이의 밤 장면이 인상 깊었습니다.
비에 젖은 골목, 네온사인, 그리고 “이 도시에서는 모든 게 잠시야. 우리도 그렇겠지.”라는 대사.
그 한마디에 모든 감정이 녹아 있습니다.
이별의 예감, 덧없음, 그리고 여전히 지워지지 않는 온기까지.
> “사랑은 여름의 열기처럼 한순간에 번지지만,
그 자리에 남는 건 늘 서늘한 그림자였다.”
책을 덮고 나면 오래된 사진을 꺼내보는 기분이 들어요.
뜨겁고 아픈, 그러나 아름다웠던 시절을 조용히 떠올리게 만드는 이야기.
허린 작가의 문장은 잔잔하지만, 결이 아주 단단합니다.
감정이 메마른 날, 혹은 아무 이유 없이 마음이 허전한 날에 읽으면 좋습니다.
여름의 끝에서 자신을 돌아보게 만드는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