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퍼시벌 에버렛 지음, 송혜리 옮김 / 문학동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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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시벌 에버렛 / 제임스

미국 작가 퍼시벌 에버렛 (Percival Everett)이 2024년에 발표한 소설로, 마크 트웨인 (Mark Twain)의 '허클베리 핀의 모험'을 흑인 노예 ‘짐’의 시선에서 재해석한 작품이다. '제임스'는 원작의 모험을 바탕으로 노예제도의 잔혹함과 인종차별의 구조, 그리고 역사 속에서 지워졌던 목소리를 되살렸다.

“나는 이것을 트웨인의 소설을 바로잡기 위해 쓴 것이 아니다. 그는 사춘기 백인 소년의 이야기를, 나는 가족과 삶이 있는 성인 흑인 남성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19세기 미국 남부, 노예제도가 여전히 존재하던 시대에 '미스 왓슨'이라는 백인 여성의 집에서 일하는 노예 '짐'은 글을 읽고 쓰는 능력을 숨긴 채, 백인 사회의 폭력과 차별을 피하며 살아왔다. 하지만 주인이 자신을 멀리 팔아버리려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짐은 아내와 딸과의 생이별을 막기 위해 도망쳤다.

이 과정에서 학대를 일삼는 주정뱅이 아버지를 피해 집을 나온 백인 소년 '헉'과 미시시피 (Mississippi River)강에서 만나 함께 뗏목 여행을 시작한 짐은, 강을 따라 흘러가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그 속에서 당시 사회의 부패와 위선을 목격하게 된다.

40p "저는여, 기도라는 게 헉이 기도하길 바라는 주변 사람들을 위한 거 라구 생각해여. 기도를 해서 왓슨 아주머니와 더글러스 부인이 헉의 기도 소리를 듣게 하구, 그분들이 원할 법한 걸 예수님에게 요청하는 거져. 그럼 헉의 삶이 좀더 편해질 테니까여."
"그럴지도"

226p 그들은 아주 즐거운 듯 격렬하게 손뼉을 치고 발을 구르며 이 순간을 나누고자 했다. 나를 조롱하고, 깜둥이들을 조롱하고, 불쌍한 노예를 비웃는 이 순간을. 나는 광대 행세를 하는 내게 강한 홍미를 느꼈거나 푹 빠진 듯한 어떤 여자를 보았다. 겉껍질에 불과한 그 여자의 외면만 보고도 나는 여자의 본질까지도 모두 외면으로만 이뤄져 있음을 깨달았다.

허클베리 핀의 모험과 차이를 비교하며, 가볍게 스쳐 지나가던 사건들을 다시 살펴보는 재미를 더했다. 특히 노예 짐이 자유인를 갈망하며, 가족과 함께할 미래를 꿈꾸는 모습은 가슴을 울렸고, 순박하고 온화했던 노예 '짐'이 차별과 불평등에 맞서는 '제임스'로 변화하는 과정은 원작과는 또 다른 감동을 주었다.

#문학동네 @munhakdongne #도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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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라는 왈츠는 우리 없이도 계속되고
비르지니 그리말디 지음, 손수연 옮김 / 저녁달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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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르지니 그리말디 / 세상이라는 왈츠는 우리 없이도 계속되고

프랑스가 가장 사랑하는 여성 소설가 비르지니 그리말디의 열 번째 장편소설 #세상이라는왈츠는우리없이도계속되고 사랑하는 이를 잃은 두 남녀의 돌풍같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주인공 엘사는 장례지도사로, 두 달 전 아버지를 잃은 뒤 심리적으로 큰 타격을 받는다. 일상과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던 그녀는 우연히 본 드라마를 계기로 정신과 상담을 신청한다. 대기실에서 상담 순서를 기다리던 엘사는, 홀로 조용히 시간을 보내고 싶었지만 낯선 남자가 옆자리에 앉았다.

그는 소설가 뱅상이었고, 서로의 첫 만남은 불쾌한 인상을 남겼다. 그러나 이후 여러 번 우연히 마주치면서 쌓인 시간은 둘 사이의 거리를 서서히 좁혔고, 이혼과 깊은 우울 속에 아픔에 갇혀 있던 두 사람은 어느새 서로의 일상과 마음속 깊은 상처, 그리고 차마 꺼내지 못했던 고백을 나누게 된다.

엘사의 상황에 깊이 공감하며 읽었고, 뇌졸중으로 쓰러진 아버지의 마지막 순간을 지키지 못한 스스로를 탓하며 마음의 병을 얻게 된 그녀의 모습이 안타까웠다. 제목처럼, 세상은 우리 없이도 계속 흐르지만 그 속에서 누군가는 여전히 웃고, 울고, 사랑하며 살아간다는 사실. 웃음과 눈물이 공존하는 이야기였다.

VictorMarieHugo
72p 내 시선을 내 생각에만 고정해놓은 채
어떤 것도 보지 않고, 어떤 소리도 듣지 않은 채
홀로, 아무도 모르게, 허리를 굽힌 채, 손을 모은 채
슬픔 속에서, 내게 낮은 밤과 다름없으리라.

#저녁달출판사 @eveningmoon_book #도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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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어 올리버
올리버 색스.수전 배리 지음, 김하현 옮김 / 부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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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버 색스 · 수전 배리 / 디어 올리버

세계적인 신경학자 올리버 색스와 신경생물학자 수전 배리가 10년간 주고받은 편지를 모은 서간집.

반평생 사시와 입체맹으로 살아온 수전은 마흔여덟에 처음 입체시를 얻어 3차원 세계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지만, 의학계의 정설은 유아기를 지나면 입체시 발달이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경험을 온전히 이해해 줄 사람이 없었던 그는, 환자들의 이야기에 깊이 공감하던 의사 올리버 색스에게 조심스레 편지를 쓴다.

답장을 기대하지 않았던 수전에게 놀랍게도 곧바로 올리버의 응답이 도착하고, 직접 만나자는 제안까지 이어진다. 이 만남을 계기로 두 사람은 10년 동안 150통이 넘는 편지 를 주고받으며 서로의 세계를 탐험하고 우정을 쌓아간다.

20년의 나이 차에도 불구하고 같은 취향과 비슷한 성향을 지닌 두 사람. 한 사람은 처음 마주하는 새로운 풍경에 눈을 뜨고, 다른 한 사람은 오랫동안 자신을 행복하게 했던 입체세계를 잃어 간다. 올리버는 시력을 잃어가는 과정을 꼼꼼히 기록하며, 마치 수전이 과거에 살았던 납작한 세상 속에서 살아간다. 서로 다른 감각 세계에서 출발했지만, 두 사람은 끝까지 서로를 북돋우며 세상을 다르게 바라보는 법을 나누었다.

10년 동안 주고받은 편지 속에는 변화와 적응, 그리고 깊어지는 우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타이핑한 글자, 수정된 부분, 삐뚤한 손글씨와 작은 스케치까지, 모든 것이 아름다웠다.

인생의 큰 변화를 끝이 아니라 새로운 출발점으로 삼는 두 사람의 태도는 놀랍도록 멋졌다. 그리고 그 길을 편지를 통해 함께 걸어가는 동반자가 있다는 것, 학문적 성취보다 더 값지고 귀하게 느껴졌다.

좋은 친구는 서로에게 세상을 다르게 보는 법을 가르쳐 준다

#부키출판사 @bookie_pub #도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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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 - 인간에 대한 비공식 보고서
매트 헤이그 지음, 강동혁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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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 헤이그 / 휴먼

인간에 대한 비공식 보고서

매트 헤이그가 공황장애 싸우며 얻은 깨달음을 바탕으로 쓴 소설로 작가 자신이 “내가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책, 내 모든 것을 쏟아부은 책”이라고 말한 만큼, 휴먼에는 세상과 어울리지 못한다고 느끼는 사람들에게 전하는 위로와 희망이 깊게 담겨 있다.

이야기의 중심에 놓인 리만 가설은 소수 (Prime number) 의 분포를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는 열쇠이자, 우주와 과학 전반에 혁신적이고 위험한 변화를 불러올 수 있다.

'리만 가설을 증명할 수만 있다면 수학자들은 메피스토펠레스에게 영혼이라도 팔 것이다.'

케임브리지 대학의 천재 수학자 앤드루 마틴이 100년 넘게 풀리지 않던 리만 가설을 증명하자, 지구에서 멀리 떨어진 수학과 논리로 질서를 유지하는 외계 종족 보나도리아인은 이를 심각한 위협으로 판단했다. 그들은 즉시 앤드루를 제거했고, 그의 연구를 아는 모든 인간을 없애기 위해 앤드루의 모습으로 변신한 외계인을 지구로 파견했다.

텔레포트를 통해 지구에 도착한 외계인 앤드루는 착지 직후 도로에서 교통사고를 당하고, 임무는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게 흘러갔다. 알몸으로 거리를 활보하며 각종 소동을 일으키고, 경찰서와 정신병원을 오가며 초능력을 활용해 상황을 수습했다.

앤드루의 연구를 아는 모든 인간을 찾아 제거하고 신속히 고향으로 돌아가라는 지시를 받았지만, 외계인 앤드루는 점차 다른 길을 선택한다.

원래의 앤드루 마틴과 다르게 외계인 앤드루는 아내 이소벨, 아들 걸리버, 그리고 반려견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가족과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았다. 그는 인간이 된다는 것이 육체를 가진다는 의미가 아닌 사랑하고 공감하며 관계를 맺는 일임을 배웠다.

살아라, 이유가 불분명하더라도.
그 안에서 예상치 못한 아름다움이 너를 기다린다.

100p 소수는 강력하다. 다른 것에 의지하지 않는다. 소수는 순수하고 완전하며 절대 약해지지 않는다. 너도 소수처럼 되어야 한다. 약해지지 말고 거리를 유지하며 접촉으로 인해 변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너는 나눌 수 없는 존재여야 한다.

#인플루엔셜 @influential_book #도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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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사람이 이긴다 - 사람을 남기는 말, 관계를 바꾸는 태도
이해인 지음 / 필름(Feelm)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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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인 / 다정한 사람이 이긴다

베스트셀러 '감정은 사라져도 결과는 남는다'로 많은 독자들에게 공감과 위로를 전했던 이해인 작가의 신작 에세이 '다정한 사람이 이긴다'

전작에서 감정의 흐름과 그 결과가 우리의 삶과 관계를 형성하는 방식을 탐구했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다정함이 인간관계 속에서 가지는 힘과 그 실질적인 효과를 집중적으로 전달한다.

다정함은 사람들 간의 신뢰를 구축하고, 갈등을 완화하며, 더 나아가 세상을 변화시키는 강력한 원동력이라고 말한다. 여기서 말하는 다정함은 상대방을 배려하는 태도, 즉 상대의 입장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마음에서 출발한다.

다정함을 단순히 '착한 성격'으로만 여겼다면 큰 착각이다. '다정하면 손해 본다'는 세간의 인식과 달리, 이해인 작가는 경험과 사례를 통해 다정함이야말로 장기적인 신뢰와 기회를 만드는 결정적인 힘임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또한 다정함이 왜 강점이 될 수 있는지, 그리고 왜 일부 사람들은 그 다정함을 오해하거나 경계하는지를 세밀하게 분석했다.

다정함의 파급력은 생각보다 크다. 한 번의 진심 어린 대화, 한 마디의 따뜻한 말이 관계를 변화시키고, 그 변화는 새로운 기회와 행복으로 이어진다. 오래 가는 신뢰를 쌓고 싶은 사람, 소통의 온도를 높이고 싶은 사람에게 '다정한 사람이 이긴다'강력 추천한다.

다정함 노력의 결과이자 관계를 지키는 힘이다. 그것을 통해 관계의 질을 높이고, 갈등을 줄이며, 나 자신을 단단하게 만드는 법을 배울 수 있다. 무엇보다 다정함은 타인을 위해서뿐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습관이다.

결국, 우리의 좋은 삶은 좋은 하루의 반복에서 시작된다.

#필름출판사 @feelmbook #도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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