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키메라의 땅 1~2 세트 - 전2권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김희진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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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 베르베르 / 키메라의 땅

"이 이야기는 당신이 이 책을 펼치고 읽기 시작하는 순간으로부터 정확히 5년 후에 일어난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베스트셀러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키메라의 땅 유전공학과 인류 진화를 토대로, 포스트 휴먼이 주도하는 새로운 문명의 서막을 그린다.

이야기의 시작은 특종을 노린 마르티네스 기자가 자연사 박물관 연구소에 잠입해 기묘한 생명체를 목격한 데서 비롯된다. 이로써 진화 생물학자 알리스 카메러의 비밀 프로젝트가 세상에 공개된다.

멸종 위기에 대비해 현인류 사피엔스 를 보완할 세 종의 혼종 신인류 창조.

인간과 동물의 DNA를 결합해 지구 환경에 최적화된 키메라를 만드는 이 실험은, 하늘 땅속 바다에서 생존할 수 있는 신인류 혼종을 만드는 것. 그러나 인류 보존이라는 대의에도 불구하고, 인간과 동물 유전자 결합을 거부하는 세력의 거센 반발이 이어졌다.

위협이 커지자 알리스는 프랑스 연구부 장관 뱅자맹 웰스의 도움을 받아 국제우주정거장으로 피신했고, 그곳에서 은밀히 연구를 이어갔다. 하지만 지구에서는 3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고, 핵전쟁으로 인류는 사실상 종말을 맞게 된다.

살아남은 것은 극소수의 구인류뿐이었다. 방사능과 붕괴된 생태계, 기후 재앙, 그리고 자원 부족이 남은 인류를 점점 몰아세웠다. 이런 암울한 미래 속에서 우주에 고립된 알리스는 생존의 기로에 서지만, 고농도의 방사능에도 생존할 수 있는 세 종의 키메라 배아를 품고 지구로 돌아오는 데 성공한다. 그리고 폐허가 된 땅 위에서 키메라들은 서서히 성장하며 자신들의 서식지를 구축한다.

폐허 속에서도 피어나는 생명과, 그 생명들이 서로를 이해하려는 작은 손짓이 이 소설의 가장 빛나는 부분이었다. 인간이라는 종이 가진 오만함을 날카롭게 지적하는 대목이 많았고, 흥미롭게도 이 이야기가 꼭 먼 미래만을 배경으로 하지 않는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핵전쟁, 기후 위기, 식량 부족, 종의 멸종은 이미 뉴스에서 매일 접하는 현실이기에, 작중 키메라의 탄생 과정 역시 그리 비현실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서 이 작품은 과학 소설이라기보다, 미래 시뮬레이션에 가까운 작품으로 다가왔다.

#열린책들 @openbooks21 #도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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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환
앨러스테어 레이놀즈 지음, 이동윤 옮김 / 푸른숲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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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러스테어 레이놀즈 / 대전환

테드 창을 잇는 현대 SF의 거장 유럽우주국의 천체물리학자 출신 작가 앨러스테어 레이놀즈 장편소설.

대전환은 19세기부터 먼 미래까지, 주인공 사일러스 코드는 수 세기 동안 데메테르호에 올라 같은 여정을 반복한다. 범선 시절은 거친 북해의 파도와 얼음 덩어리가 떠다니는 음울한 바다를 건너고, 20세기, 증기선의 심장은 거대한 기관의 진동과 뜨거운 증기로 박동하며 전진한다. 비행선의 창 아래로는 얼음 절벽과 흐릿한 안개가 가득 펼쳐지고, 머나먼 미래의 우주선에서는 무중력의 적막 속에 별빛이 폭풍처럼 몰아친다.

데메테르호 원정대의 운명은 늘 균열 너머의 구조물을 향해 나아간다. 시대와 기술이 변해도, 그 끝은 같다. 인물들의 작은 변주와 매번 같은 죽음이 반복되면서, 이야기는 점점 더 불가해한 퍼즐로 변한다.

그 모든 뒤에 숨어 있는 전환의 의미.
죽음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면?

대전환은 한 편의 장대한 영화를 보는 것과 같다. 각 시대마다 전혀 다른 색채와 질감을 드러내며, 구면전환이라는 독특한 설정은 물리학과 철학, 미스터리와 호러를 동시에 품고 있다. 대전환을 읽는 동안 나 또한 구면 전환 속에 갇혀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반복되는 여정, 그 끝에서 기다리는 것은
구원의 빛일까, 또 다른 균열일까.

#푸른숲 @prunsoop #도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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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탐정 허균 - 화왕계 살인 사건
현찬양 지음 / 래빗홀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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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찬양 / 식탐정 허균

현찬양 작가의 장편소설 '식탐정 허균'은 조선을 배경으로, 허균이라는 역사적 인물을 전대미문의 살인사건과 미식이라는 이색적인 소재 속에 풀어낸 독특한 미스터리 활극으로 2021년 MBC 드라마극본 공모에 당선되어 현재 MBC 드라마 제작을 확정 된 작품이다.

실존 인물 허균의 이력을 바탕으로, 그를 음식에 미친 천재적인 식탐 탐정으로 새롭게 그려냈다. 홍길동전의 저자이자 조선 최초의 미식서 도문대작 을집필한 허균은, 재료는 물론 향신료의 미묘한 차이까지 감별해내는 비범한 미각의 소유자다.

죽은 자의 흔적을 좇으며, 허균은 예상치 못한 이야기들을 만나게 되고, 연쇄살인의 기운이 서린 기이한 사건과 시신들 사이에서, 날카로운 추리력과 인간적인 면모로 사건 해결에 나선다. 방탕해 보이지만 예리하고, 결정적인 순간에는 누구보다 냉철한 탐정의 면모를 보여준다.

허균의 여정에는 혼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매력적인 조연의 비중이 크며, 그들의 존재가 허균이라는 캐릭터의 인간적 면모를 드러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허씨 집안의 맏형 '허영'은 지방의 사또 관료로 질서와 법도를 중시하며, 탐할 탐(貪)에 바를 정(正) 뜻처럼, 정의를 세우고 진실을 좇는 강직한 관료로서 이야기의 균형을 이끈다.

허영이 아끼는 죽은 자들의 의원이라 불리는 '이재영'은 구암 허준의 제자로 산 자의 병을 보지 못하는 한계가 있지만 대신 그는 시신을 검안하며 사건의 단서를 집요하게 파고드는 냉철한 의원으로 활약했고, 또 한 명의 조력자 '작은년'은 빠른 눈치와 유연한 몸놀림으로 음식 준비뿐 아니라 다모의 역할까지 소화하며, 수사 과정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였다.

조선 최고의 식객 허균이 탐정이 되어 살인사건을 추적한다는 신선한 설정, 기대 이상으로 몰입도를 보여줬다.

맛과 진실, 허기와 죽음을 넘나드는 이 기상천외한 수사극을 보여준 식탐정 허균은 웃기면서도 깊고, 맛있으면서도 진지한 작품이었다. 새로운 미스터리의 맛을 찾는 독자들에게 최고의 선택이 될 것이다. 팔도 음식으로 펼쳐지는 조선의 살인 미스터리, 이색적이고 신선한 탐정소설을 찾는다면 주저 없이 추천할 만한 작품이다.

가상캐스팅을 한다면 '허균'은 김남길, '이재영'은 이도현, '작은년'은 김향기 였으면 좋겠다.

#래빗홀 @rabbithole_book #도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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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캐리어 안에 든 것
듀나 지음 / 퍼플레인(갈매나무)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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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나 / 파란 캐리어 안에 든 것

한국 SF 소설에서는 듀나 작가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30년간 베일 속에 머물며 오직 작품으로만 독자들과 소통해온 작가 이번에는 '파란 캐리어 안에 든 것'이라는 신작 소설집으로 돌아왔다.

이번 여섯 편의 소설집에서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다양한 세계관과 매력적인 지성체들을 등장시키며, 현실의 이면을 예리하게 찌르는 동시에 광대한 우주를 상상하는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재밌게 읽은 '그깟 공놀이' 정체불명의 외계 생명체 '튜바'가 얼음 공을 만들어내며 지구 바다 밑 해저도시를 파괴하려 한다. 종말을 앞둔 지구는 마지막 수단으로 튜바 문명을 설득하기 위해 외교 협상단을 파견하고, 우주선이 반파된 이후에는 의식만 남은 안드로이드 '라리사 진-a'가 홀로 협상에 나선다.

12p '우리는 우리의 공을 살릴 중력이 필요하다. 더 빛나는 놀이가 필요하다. '그것들은 더럽다. 우리가 깨끗하게 만들 것이다. 당신들의 어떤 요청도 우리는 듣지 않는다. 때가 되면 우리는 당신들 행성 표면 의 물도 뽑아 정화할 것이다. 그것은 어렵겠지만 그만큼 재미있을 것이다!'

표제작 '파란 캐리어 안에 든 것'에 등장하는 2024년 여의도 광장, 탄핵시위 한복판에서 아이돌 응원봉이 흔들리는 장면은 현실의 촛불 집회를 연상시키며 어느새 현실과 허구, 시간과 공간, 과거와 미래를 오가는 여행에 탑승하게 했다.

179p "우리가 겪는 역사도 하나뿐이다. 다른 시간선을 오갈 수 있다고 해서 우리가 여러 개의 삶을 살 수 있는 건 아니다."

부마항쟁 투쟁과 선택, 실현되지 못한 가능성. 시간선이 중첩되고 어느 역사가 진짜인가? 라는 혼란은 흥미로웠고 독창적인 상상력으로 이런 놀라운 이야기를 쓸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지금, 파란 캐리어의 지퍼를 열어볼 시간이다. 그곳에서는 우리가 아직 만나지 못한 '또 다른 세계'가 기다리고 있다.

#갈매나무 @galmaenamu.pub #도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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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을 긋다 - 서예와 캘리그라피에서 인생을 배우다
이경화 지음 / 머메이드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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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화 / 선을 긋다

서예로 인생을 새롭게 정의하다.

세상이 바쁘게 돌아가는 만큼, 나를 위한 여백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선을 긋다'는 그 여백의 필요성과 아름다움을 일깨워준다. 총 7부로 구성된 이 책은 서예라는 예술을 통해 인생을 재해석하며, 서예와 인생을 겹쳐 풀어낸다.

처음에는 단순한 취미로 시작했지만, 현재는 서예와 캘리그라피를 가르치는 기업 '가연(可行)'의 대표가 된 이경화. 취미로 시작한 서예가 어떻게 인생의 중심이 되었고, 또 마음의 병을 이겨내는 수단이 될 수 있었는지를 들려준다.

그 답은 '붓'에 있었다. 손끝에 집중하고, 하루에 하나의 획을 긋는 행동 속에서 삶이 달라지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이처럼 '선'의 의미를 다시 묻게 한다. 선은 나를 가두기도 하고, 나를 지키기도 하며, 때로는 반드시 넘어서야 할 벽이 되기도 한다. 붓 하나로 그 선을 새로 긋고, 넘고, 때로는 번저가며 나를 찾아간다.

보통 ‘선을 넘는다’는 말은 부정적인 맥락으로 쓰인다. 그런데 이 책은 그 표현을 긍정의 도전으로 뒤집었다. 자신이 정해놓은 한계, 사회가 그어놓은 경계, 남의 시선 안에서 만든 틀을 넘는 그 순간, 삶이 확장되고 나다움이 회복된다고 말한다.

글씨 하나에도 감정과 생각이 녹아드는 것을 보며, 서예라는 예술이 삶과 얼마나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지 새삼 느꼈다. 서예를 배우고 싶거나, 취미 하나 시작하고 싶은, 혹은 삶이 지루하고 막막하다면 읽어보길 권한다.

분명한 건 붓을 잡지 않아도, 인생의 새로운 획 하나는 분명 이 책과 함께 그을 수 있다.

#머메이드 @mermaid.jpub #도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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