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욕
웨인 케스텐바움 지음, 김정아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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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인 케스텐바움 / 굴욕

누구나 피하고 싶지만, 누구나 겪게 되는 감정의 해부학.
살면서 절대 겪고 싶지 않은 감정 1순위, 아마도 #굴욕 아닐까?

#웨인케스텐바움 은 굴욕을 더러운 안경에 비유하며, 한 번 겪은 굴욕은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 자체를 영구적으로 바꿔놓는다고 말한다.

책 속에는 모두가 알 만한 유명인들의 스캔들과 역사적 사건들이 주된 줄거리를 이룬다. 아동 성추행 혐의로 모욕적인 알몸 수색을 당한 마이클 잭슨, 아부 그라이브 수용소에서 알몸 피라미드를 쌓게 된 이라크 포로들 옆에서 웃고 있는 미군 병사들, 성매매 발각 후 아내를 세워두고 사죄 연설을 하는 정치인까지. 대중 매체에 의해 더럽혀지고 전시되는 굴욕의 현장들을 하나하나 짚어낸다.

책을 읽는 내내 나는 '굴욕'과 '치욕'이라는 두 가지 단어 사이를 오갔다. 한국어의 뉘앙스와 다르게, 원어에서의 굴욕에는 훨씬 더 넓은 의미가 내포되어 있나 보다. 내가 느끼기엔 책 속에 등장하는 상황들이 굴욕보다는 #치욕 에 더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면, 내가 이 책의 상황들에 너무 깊이 감정이입을 했기 때문에 더 뼈아픈 치욕으로 느낀 걸까? 이 적나라한 사례들을 계속해서 마주하다 보니, 어느 순간에는 이 책을 읽고 있는 나 자신이 오히려 능욕당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묘한 기분마저 든다. 거북함에 깜짝 놀라면서도 어느새 깊이 빠져들게 되는, 신기한 책이었다.

내면 깊은 곳에 자리한 열등감, 상처, 혹은 #이불킥 의 근원을 지적으로 파헤쳐보고 싶거나, 문학, 미술, 철학을 넘나드는 깊이 있는 문화예술 비평을 즐기시는 분들에게 추천한다.

19p 51. 굴욕은 내적인 감정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외적인 분위기와 전후 사정과 각본의 문제다. 실내가 춥다고 말한다고 해서 그 말이 반드시 실내에 있는 사람들이 추위를 느끼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87p 7. 굴욕에는 지긋지긋하고 참을 수 없는 면이 있을 수 있지만, 거짓말로 꾸며낼 수 없는 면도 있다. 점점 가짜로 채워지는 듯한 세상에서(이런 말은 '요즘 것들'에게 습격당한 옛날 사람의 하소연일까?), 굴욕은 적어도 거짓말하는 것 같지는 않다.

#다독 #문학과지성사 @moonji_books #도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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