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혜성 / 혐오도 복제가 되나요누군가 내 삶을 대신 살아줬으면 좋겠다는 상상이 현실이 된다면?암에 걸린 아내를 떠나보낸 주인공 수한에게, 죽은 아내 나나의 이름으로 거대한 택배 상자가 도착한다. 그 안에는 외모는 물론, 뇌의 싱크를 통해 모든 기억까지 완벽하게 똑같은 복제인간이 들어있었다."너도 너 같은 새끼랑 살아봐"라는 나나의 쪽지와 함께 나타난 복제인간 리수한이 직장에서도 가정에서도 더 완벽하게 수한의 삶을 대신하며 일상을 잠식해 들어가는 과정을 긴장감 있게 그린다.암에 걸린 이후, 나나의 시간은 완전히 달라졌을 것이다. 남은 시간을 세어야 하는 삶, 그리고 그 시간 속에서 함께 있어야 할 사람과 점점 멀어지는 감각. 그렇게 병으로 인해 약해져 가는 나나의 곁에서 지쳐간 수한은 감정을 닫아버렸다.나나를 떠나보낸 이후에도 갈등은 끝나지 않는다. 딸을 죽인 놈이라는 장모의 의심, 혼란 속에서 아버지를 바라보는 아들 재이, 그리고 양육권을 가져오고 싶은 수한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진다.자신보다 더 완벽하게 삶을 대신하는 복제인간의 등장은 처음엔 기묘한 호기심을 주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근원적인 위협과 공포로 다가온다. 결국 수한은 자신이 잊고 싶었던 가장 못난 모습과 감정의 찌꺼기까지 복제된 존재를 거울처럼 마주했다.가장 사랑했던 시절의 남편을 보고 싶어 복제를 선택했다는 아내. 하지만 감정은 원하는 부분만 잘라낼 수 없었다. 사랑과 절망이 끝내 분리되지 못한 채, 하나의 형태로 굳어버린 것처럼 사랑과 혐오는 엉겨 붙어 있다.사람의 감정은 어디까지 숨길 수 있을까.그리고 그렇게 밀어 넣은 감정은 정말 사라지는 걸까.#안전가옥 @safehouse.kr #도서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