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임
욘 포세 지음, 손화수 옮김 / 문학동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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욘 포세 / 바임

2023년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더 넓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욘 포세의 희곡은 이미 셰익스피어 이후 최다 공연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희곡과 소설을 넘나드는 독창적인 문체로 사랑받아 왔고, 이번에는 2025년부터 매년 한 권씩 공개될 ‘바임 3부작’의 첫 권 바임을 선보였다.

외딴 바닷가 마을 바임에서 펼쳐지는 사랑과 고독 그리고 설명할 수 없는 운명, 고요한 파도처럼 쉼표만 흐르고 마침표가 사라진 욘 포세의 문장들.

독백처럼 이어지는 이야기의 첫 장에서 어부 야트게이르는 헐거워진 단추 하나를 달기 위해 여러 옷가게를 들른다. 하지만 그가 들어간 가게는 새옷을 몇 벌은 살 수 있는 터무니없는 가격에 바늘과 검은 실을 팔았다. 그는 체면을 위해 계산을 치르며 씁쓸함을 삼키지만, 그보다 더 아린 것은 문득 떠오른 첫사랑 엘리네의 기억이었다.

젊은 시절 배의 이름에까지 새겨 넣을 만큼 소중했던 여자, 오래전에 바임을 떠나버린 첫사랑 엘리네. 혼자가 된 야트게이르 앞에 꿈처럼 다시 나타나 고향 바임으로 함께 가자고 말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2장에서는 야트게이르의 유일한 친구 엘리아스, 3장은 엘리네의 남편이자 또 다른 어부 프랑크의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졌다.

누군가는 떠나고, 누군가는 머무르며, 누군가는 돌아온다. 설명할 수 없는 힘이 인물들을 이끌고, 그 흐름에 휘쓸리며 파문처럼 번져간다.

쉼표로 이어지는 호흡, 소리 없이 스며드는 감정, 그리고 들렸다 사라지는 속삭임들. 바임은 욘 포세 특유의 문체가 가장 뚜렷하게 빛나는 작품이었다.

올해 가장 인상적인 한 여자와 세 남자의 이야기.

#문학동네 @munhakdongne #도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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