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캐리어 안에 든 것
듀나 지음 / 퍼플레인(갈매나무)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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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나 / 파란 캐리어 안에 든 것

한국 SF 소설에서는 듀나 작가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30년간 베일 속에 머물며 오직 작품으로만 독자들과 소통해온 작가 이번에는 '파란 캐리어 안에 든 것'이라는 신작 소설집으로 돌아왔다.

이번 여섯 편의 소설집에서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다양한 세계관과 매력적인 지성체들을 등장시키며, 현실의 이면을 예리하게 찌르는 동시에 광대한 우주를 상상하는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재밌게 읽은 '그깟 공놀이' 정체불명의 외계 생명체 '튜바'가 얼음 공을 만들어내며 지구 바다 밑 해저도시를 파괴하려 한다. 종말을 앞둔 지구는 마지막 수단으로 튜바 문명을 설득하기 위해 외교 협상단을 파견하고, 우주선이 반파된 이후에는 의식만 남은 안드로이드 '라리사 진-a'가 홀로 협상에 나선다.

12p '우리는 우리의 공을 살릴 중력이 필요하다. 더 빛나는 놀이가 필요하다. '그것들은 더럽다. 우리가 깨끗하게 만들 것이다. 당신들의 어떤 요청도 우리는 듣지 않는다. 때가 되면 우리는 당신들 행성 표면 의 물도 뽑아 정화할 것이다. 그것은 어렵겠지만 그만큼 재미있을 것이다!'

표제작 '파란 캐리어 안에 든 것'에 등장하는 2024년 여의도 광장, 탄핵시위 한복판에서 아이돌 응원봉이 흔들리는 장면은 현실의 촛불 집회를 연상시키며 어느새 현실과 허구, 시간과 공간, 과거와 미래를 오가는 여행에 탑승하게 했다.

179p "우리가 겪는 역사도 하나뿐이다. 다른 시간선을 오갈 수 있다고 해서 우리가 여러 개의 삶을 살 수 있는 건 아니다."

부마항쟁 투쟁과 선택, 실현되지 못한 가능성. 시간선이 중첩되고 어느 역사가 진짜인가? 라는 혼란은 흥미로웠고 독창적인 상상력으로 이런 놀라운 이야기를 쓸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지금, 파란 캐리어의 지퍼를 열어볼 시간이다. 그곳에서는 우리가 아직 만나지 못한 '또 다른 세계'가 기다리고 있다.

#갈매나무 @galmaenamu.pub #도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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