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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 가능한 사랑
문녹주 지음 / 고블 / 2025년 6월
평점 :
문녹주 / 지속 가능한 사랑
문녹주 작가의 첫 소설집 지속 가능한 사랑은 SF와 환상, 리얼리즘을 넘나드는 7편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으며, 익숙한 현실을 전혀 다른 방식으로 바라보게 하는 시선을 담고 있다.
문녹주 작가는 이미 여러 앤솔로지를 통해 감각적인 문장과 장르를 넘나드는 상상력으로 주목받았고, 이번 작품집에서는 그러한 개성과 매력이 더욱 짙게 응축되어 있다.
'어머니의 도원향' 에서는 가상세계를 설계한 어머니가 남긴 미지의 공간을 찾아 떠나는 딸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낯설고도 아름다운 언어를 따라, 실재와 허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독특한 감정의 여정을 걷게한다.
한편, '화엄사 들매화는 끝내 흐드러지고' 에서는 기후 변화로 인해 나무 한 그루를 옮기는 행정 대집행 현장을 다룬다. 환경을 지키기 위한 이성의 힘과, 지켜지지 못한 감정의 잔해가 맞부딪히는 현장이 묘하게 뭉클하다.
책과 지식을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꼭 읽어야 할 '금서의 계승자'는 목질만을 분해하는 바이러스가 퍼지며 나무가 멸종하고, 종이 없는 시대에 출판사는 고아를 데려다 먹이고 입히며 지식을 주입시킨다. 아이들은 양육비라는 명목 아래 팔려나가고, 책은 곧 인간 노예를 의미하는 말이 된다.
충격적인 설정이지만, 읽을수록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찾으려는 소년 소녀의 이야기에 눈을 뗄 수 없었다. 익숙한 풍경 속에서 낯선 감정을 끌어내고, 방언과 고대 언어, 미래의 기술 용어까지도 하나의 정서로 엮어내는 능숙함이 놀랍다.
이 책을 읽는 것은 다른 세상을 여행하는 것이자, 그 안에서 나의 관계와 감정을 재발견하는 일이었다. 이런 작가의 등장은, 문학을 사랑하는 독자에게는 기쁨이다. 나는 문녹주의 다음 책을 기다릴 것이다.
#고블 @gobl_iiin #도서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