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와무라 겐키 / 신곡

신곡
가와무라 겐키 지음, 이진아 옮김 / ㈜소미미디어 / 2025년 3월

가와무라 겐키 / 신곡

슬픔을 품은 가족, 노래로 이어진 마음의 이야기

평범하고 조용했던 가족의 일상이 한순간에 무너져 내린다. 조류원을 운영하며 소소한 행복을 이어가던 단노 가족은, 초등학생인 아들의 끔찍한 죽음 앞에 모든 것을 잃는다. 무심한 거리, 묻지마 살인, 그 어떤 이유로도 설명되지 않는 사건이었다.

상실 이후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다. 단노 가족에게 닥친 비극은 이 세상에 어떤 신도 없다는 사실을 비웃기라도 하듯, 잔인하게 시작된다. 남편을 외면하는 아내 교쿄, 엄마 바라기인 딸 가온, 기댈 곳 없는 가장 미치오 단노 견디기 힘든 슬픔 속에서 서로를 붙잡기도 하고, 외면하기도 하며, 무너져간다.

그러던 어느 날, 신앙을 가진 합창단이 찾아왔다.
“아드님을 위해 노래하게 해주세요.”

그렇게 전도사들과 함께 영혼의 노래를 부르며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버린 아내 교쿄는 사이비 종교에 깊이 빠져들었고, 아들 가타나를 위한 위로금과 범죄 피해 가족에게 지급된 급부금 마져 합창단에 내어주었다.

미치오 단노는 신앙을 통해 변해버린 아내와 딸을 바라보며, 복잡한 마음을 애써 삼켰다. 그녀들의 삶을 지탱해주는 마지막 끈이라면, 이해할 수 없어도 그 노래에 자신의 목소리를 보태야만 했다. 가족을 잃지 않기 위한 유일한 선택이었다.

인간은 상실 이후에도 살아야 하고, 잃어버린 것을 껴안은 채 하루하루를 버텨야 한다. 그전으로는 결코 돌아갈 수 없다. 신곡은 상실을 견디는 이들의 슬픔과, 그 슬픔을 지켜보는 이들의 고통을 함께 노래했다. 잃은 것을 되돌릴 수 없음을 아는 이들은, 오히려 그 공허와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운다. 결국 우리는 모두 상실을 안고 살아가는 존재일 뿐이다.

가족이란 무엇일까? 이해와 오해를 반복하면서도, 끝내 놓을 수 없는 인연, 또는 사라져도 마음 한구석에 영원히 자리를 차지하고, 떨어져 있어도 끝내 다시 돌아가고 마는 곳. 소설은 그런 가족의 의미를 아프도록 선명하게 보여주었다.

p43 어째서. 우리 가족은 엉망진창이 되었는데
살인자는 인권이라는 것에 보호받으며 편하게 사는 걸까.

p245 영원님을 믿지 않았다면 우리 가족은 끝났을 거예요.
엄마는 살아가지 못했을지도 모르고.

p287 행여 믿는 신이 사실은 없더라도 그냥 평범하게 죽을 뿐이고. 그러니 신을 믿어두면 손해 볼 일은 없지.

출판사 '소미미디어' 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