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히나 아키 / 도롱뇽의 49재

도롱뇽의 49재 - 2024 제171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아사히나 아키 지음, 최고은 옮김 / 시공사 / 2025년 2월

아사히나 아키 / 도롱뇽의 49재

의학적 사실과 문학적 상상력의 절묘한 조화, 경계 위에서 살아가는 존재들

인간 존재에 대한 가장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는 작품, 도롱뇽의 49재 아쿠타가와상 수상작이자 현직 의사인 아사히나 아키의 소설로, 그는 남성 작가로는 최초로 주요 신인문학상 3관왕에 오르며 현재 일본 문단에서 가장 뜨거운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작품은 결합쌍생아라는 희귀한 신체적 조건을 가진 자매, 안과 슌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그리고 태아 내 태아로 태어나 큰아버지와 특별한 관계를 맺었던 아버지는 또 다른 방식으로 연결된 형제다. 정상에서 벗어난 몸으로 평범하지 않은 삶을 살아온 이들에게 어느 날 큰아버지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다. 그들에게 큰아버지의 죽음은 단순한 가족사의 사건 이상, 자신의 존재 방식과 필연적으로 연결된 죽음에 대한 각성을 촉발하는 계기가 된다.

안과 슌은 한 몸을 공유하면서도 독립적인 생각과 감정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그들에게 진정한 자아란 무엇인가? 개별적으로 존재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자아란 어디까지 허용되는가? 이런 질문은 주인공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작품은 점점 더 확장되어, 사실 인간 누구나 보이지 않는 방식으로 서로 얽혀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비록 보통 사람들은 신체적으로 결합되어 있지는 않지만, 부모로부터 받은 유전자, 사회적 관계, 문화적 배경 속에서 결코 완전히 독립적인 존재가 될 수 없다.

나는 나인가, 아니면 우리인가? 이 작품을 읽으며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주인공들이 한 몸을 공유하면서도 각자의 나를 가지려는 점이다. 사람들은 당연하게도 자기 자신을 온전한 하나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가족, 친구, 사회적 관계 속에서 끊임없이 영향을 주고받으며 변해간다. 그렇다면 온전한 나란 정말 존재하는 걸까? 아니면 우리가 우리로서 존재하는 것이 더 자연스러운 상태일까?

작가가 현직 의사라는 점은 작품 곳곳에서 드러났다. 결합쌍생아와 태아 내 태아라는 소재 자체가 희귀한 만큼, 이를 설명하는 데 있어 의학적 세부 묘사가 매우 정밀하다. 두개골을 공유하지만 뇌는 별개인 쌍둥이의 신경 구조나, 태아 내 태아가 발생하는 기전 등이 마치 의학 논문을 읽는 듯한 현실감을 자아낸다. 하지만 이러한 설명들이 작품의 몰입도를 해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욱 생생한 리얼리티를 부여하며, 소설의 분위기를 한층 더 섬뜩하고 묵직하게 만든다. 도롱뇽의 49재 현실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법한 이야기이기에, 등장인물들이 느끼는 고통과 혼란을 더욱 선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출판사 '시공사' 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