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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의 집
전경린 지음 / 다산책방 / 2025년 2월
평점 :
전경린 / 자기만의 집
삶의 균열 속에서 나만의 공간을 찾아가는 여정
오랜 시간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엄마의 집' 이 18년 만에 '자기만의 집' 이라는 이름으로 개정되었다. 세월이 흐르며 변화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이 작품은 오히려 더욱 현실적인 공기를 담은 이야기로 읽힌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존재의 흔들림과 가족이라는 관계의 불완전성을 정면으로 마주하며, 자기만의 집을 찾아가는 여성의 내밀한 기록을 보여 준다.
소설의 시작은 예기치 않은 방문으로부터 비롯된다. 스물한 살 대학생 호은에게 몇 년 만에 보는 아빠가 찾아와 이복동생 승지를 엄마 윤선에게 맡겨 달라는 부탁만 남기고 사라진다. 아빠의 갑작스러운 등장과 동생의 가방 안 반려토끼(제비꽃)까지 당황스럽기만 하고, 윤선과 호은은 승지를 돌려놓기 위해 아빠의 행방을 쫓아다닌다. 집과 회사, 친구들을 찾아 헤매지만, 아빠는 흔적만 남긴 채 연기처럼 사라져 버렸고, 결국 호은과 승지는 윤선의 집으로 돌아와 기묘한 동거를 시작하게 된다. 호은은 옛 시절들을 떠올리며 흔들리는 가족 관계, 실패한 사랑, 정체성의 혼란 속에서 자신만의 길을 찾으려 한다.
전경린은 가족을 둘러싼 불완전한 관계를 예리하게 꿰뚫었다. 부모는 완전한 존재가 아니며, 그들의 선택은 자식에게 상처를 남길 수도 있다. 때로 사랑이라 믿었던 감정은 집착으로 변하고, 함께 있어도 우리는 서로를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 그러나 그 혼란 속에서 오히려 자기만의 공간과 태도를 찾아 나간다. 마치 세상의 모든 질문을 떠안은 채 첫걸음을 내딛는 청춘처럼.
자기만의 집이 특별한 이유는, 완벽한 해답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만의 인생의 강을 건너야 하고, 그 과정은 고통스럽지만 결국 의미를 만들어낸다. 전경린의 문장은 때로 서늘하고 때로 따뜻하지만, 항상 깊은 곳을 건드린다.
읽는 내내 나 역시 나만의 집을 짓고 있는 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만의 집은 삶을 살아가는 방식에 대한 이야기였다. 우리는 모두 불완전한 존재이고, 상처를 품고 있지만, 결국 자기만의 방식을 찾아 살아간다.
사는 게 힘든 이유는 미숙해서가 아니라, 나 자신으로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출판사 '다산책방' 으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