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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리에이션 루트 - 2024 제171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마쓰나가 K 산조 지음, 김은모 옮김 / 은행나무 / 2025년 2월
평점 :
마쓰나가 K 산조 / 베리에이션 루트
읽기 쉽지만 묵직한 질문을 남기는 오모로이 순문 한나절 산행 같은 위로
베리에이션 루트는 기존의 등산로를 벗어나 변형된 경로나 색다른 길을 개척하는 등산 방식을 뜻한다. 마쓰나가 K 산조는 자신의 방향성과 등산 애호가이자 직장인으로서의 경험을 절묘하게 녹여낸 소설로, 회사에서 살아남기 위해 산악회에 가입한 주인공 하타와, 정해진 길이 아닌 자신만의 루트를 찾아 나서는 메가와의 대비를 생생하게 그려냈다. 현대인의 불안을 담아낸 직장인 이야기이자, 삶을 어떻게 걸어가야 할지 고민하는 직장인이 마주하는 현실적 고민의 여정을 잘 보여준다. 제171회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한 이 작품은 한나절 산행처럼 선선한 위로를 건넨다.
주인공 하타는 이직한 지 3년 된 평범한 직장인이다. 회사에서 원만한 인간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사내 산악회에 가입하고, 그곳에서 독특한 등산 방식을 고수하는 메가를 만난다. 기존 등산로를 따라가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며 산을 오르는 메가의 방식에 하타는 점점 관심을 갖게 된다. 한편, 회사는 점점 경영난에 빠지고 직원들은 하나둘씩 경영진에게 불려간다. 정리해고의 불안이 도사리는 가운데, 메가는 여전히 묵묵히 산에 오른다.
메가를 따라 기존의 등산로를 벗어나 보면서, 하타는 산뿐만 아니라 자신의 삶에서도 새로운 길을 선택할 가능성을 고민하게 된다. 과연 하타는 기존의 틀을 벗어나 자신만의 루트를 찾을 수 있을까? 회사라는 조직에서 살아남기 위해 애쓰는 직장인 하타와, 남들이 걷지 않는 길을 가는 메가의 대조는 이 소설의 중요한 축을 이룬다.
마쓰나가 K 산조는 ‘오모로이 순문(재밌는 순문학)’을 표방하는 작가다. 그의 문장은 어렵지 않고, 이야기는 무겁지 않다. 그러나 그 안에서 우리는 현대인의 불안, 정해진 틀에서 벗어나는 것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한 걸음 내딛는 용기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어쩌면 삶도 베리에이션 루트로 걸어볼 만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정해진 길을 따라가는 것도 좋지만, 가끔은 다른 길로 빠져볼 수도 있는 것. 어쩌면 그 길에서 새로운 풍경을 만날 수도 있다는 것. 작품은 현대인의 불안을 섬세하게 담아내며, 따뜻한 위로와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다. 거대한 변화 앞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고민하는 이들에게, 한나절 산행처럼 고요하고 선선한 응원을 건네는 작품이다.
출판사 '은행나무' 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