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정의 상자
정소연 지음 / 래빗홀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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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소연 / 미정의 상자

정소연 작가의 미정의 상자는 SF 단편 소설집으로, 총 14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기존에 발표된 5편의 작품에 신작 9편이 더해져 한 권으로 묶였다. 이 소설집은 두 개의 연작으로 구성된다.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는 카두케우스 이야기 9편과, 코로나19 대유행을 모티브로 한 디스토피아적 분위기의 무너진 세상에서 우리는 5편이 포함되어 있다. 이를 통해 정소연 작가는 현실과 상상을 넘나들며 깊이 있는 이야기를 펼쳐 보인다.

/ 우주여행 시대, 떠나는 사람과 남는 사람

카두케우스 이야기 는 우주횡단이 가능한 시대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 이사, 깃발, 한 번의 비행, 가을바람, 무심, 돌먼지, 비온뒤, 재회, 집 /이중 첫 장 '이사'는 가족의 이주로 인해 꿈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는 주인공 지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지후는 아픈 여동생 지혜의 치료를 위해 가족과 함께 의료 행성 가두알로 가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고, 이 과정에서 자신의 꿈과 가족의 현실 사이에서 고민하는 지후의 내면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깃발, 서로 다른 선택 앞에 선 두 사람의 이야기 연인인 하정과 유나는 멸망해 가는 행성 네로보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다. 초광속 이동 기술을 독점하고 있는 카두케우스는 네로보 거주민들에게 최대 3세대까지 생활권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맞서 하정의 할머니는 네로보 거주 보장 투쟁을 벌이며 행성을 지키기 위해 싸웠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하정과 유나는 마지막 세대 거주민이 되었다. 이들에게는 라세진 행성계의 개척 세대가 될 것인지, 네로보에 남을 것인지 두 가지 선택권이 주어진다. 유나는 새로운 미래를 찾아 라세진 행성으로 떠나기로 결심하지만, 하정은 할머니의 뜻을 따라 네로보에 남고 싶어 한다..

/ 무너진 세계, 잃는 사람과 구하는 사람

무너진 세상에서 우리는은 전염병이 창궐한 디스토피아가 된 세상에 대한 이야기로, 처음이 아니기를, 미정의 상자, 수진, 지도위의 지희에게, 현숙, 지은, 두부 / 이중 첫 장 '처음이 아니기를'은 전염된 세계, 변하지 않는 우정을 그린다. 아들을 원했던 부모님은 딸이 태어나자 한자 사내남(男) 자를 넣어 남희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다. 남희에게는 현아라는 10년 지기 친구가 있었다. 현아는 남자가 아닌 여자를 좋아했으며, 남희는 그런 현아의 모든 것을 이해하고 아껴 주었다. 어느 날, 남희는 중국으로 어학 연수를 떠났다. 남희는 그곳에서 전염병에 걸리고 말았다. 걱정이 커진 현아는 결국 남희를 찾아 중국으로 향하고, 그곳에서 작은 상자를 건네받게 된다.

미정의 상자는 소설집의 표제작으로, 감정의 복잡함과 사회적 문제를 다루며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방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연인이었던 유경이 떠난 뒤 홀로 남겨진 미정은 텅 빈 서울을 떠나 살기 위해서 시골을 향해 걷고 또 걷는다. 긴 여정 끝에, 그녀는 길 위에서 반짝이는 작은 상자를 발견하고, 상자를 손에 쥔 순간, 미정의 삶은 또 한 번 변화의 흐름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책을 덮고 나면, 소설집의 제목 미정의 상자가 더욱 의미 있게 다가온다. 이야기 속 작은 상자들은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연결하는 매개체였다. 그 속에는 기억과 이별, 선택과 후회, 그리고 희망이 담겨 있다.

이 소설은 우리의 현실과 감정을 깊이 있게 투영한 작품이다. 서로 다른 선택 앞에 선 두 사람은 사랑과 신념 사이에서 갈등하며, 각자의 길을 선택해야만 한다. 떠남이 반드시 새로운 희망이 아닐 수도 있고, 머무름이 꼭 정체를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이들이 내린 선택의 끝에서 각자의 진실한 감정과 마주하게 된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그들이 손에 쥔 작은 상자 안에는 수많은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출판사 '래빗홀' 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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