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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첫단추 이렇게 채워라
앤드루 앨버니즈.브랜든 트리슬리 지음, 박정철 옮김 / 홍익 / 2008년 2월
평점 :
절판
오래 산 인생은 아니지만 불혹에 다가서는 나이가 되어 깨달은 게 하나 있다. 죽음을 제외하곤 인생에 끝이란 없다는 것이다.(아직 죽어보지 않아서 죽음은 내게 아직 미답의 수수께끼이다) 우리의 인생은 하나가 끝나는 순간 여지없이 새로운 시작이 다가온다. 졸업도 마찬가지다. 초등학교를 졸업하면 중학교가 시작되고, 중학교를 졸업하면 다시 고등학교가 시작된다. 대학교도 마찬가지이고 사회도 마찬가지다. 끝은 끝이 아니라 곧 시작이다. 따라서 졸업은 긴긴 시간을 견디어낸 그 동안의 노고를 치하하는 자리이기도 하지만 곧 새롭게 시작될 새로운 삶에 대한 준비를 다짐하는 행사이기도 하다. 특히 대학 졸업은 이제 학교가 아닌 치열한 삶의 현장으로 첫 걸음마를 시작하는 단계이기에 더욱 각별한 행사이다.
그렇다면 의미 있는 대학 졸업식의 연사로 초대되어 새 출발하는 인생의 새내기들에게 좋은 충고의 말을 남긴다는 것은 개인적으로 상당한 영예일 것이다. 그런 비중 있는 자리에 초대된 연사들은 신중하게 선발된 유명인사이거나 대학 당국이 의미를 부여할만한 분으로 여기는 사람일 것이다. 어느 분야에서든 성공한 사람들은 대학을 갓 졸업한 사회 새내기들에게 닮고 싶은 본보기가 되는 사람들이다. 특히 그분이 자신이 졸업한 대학 출신이라면 더불어 학교에 대한 자긍심도 키워줄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분들의 연설 내용 또한 인생의 풍부한 경험이 담겨 있고, 앞으로 졸업생들이 미래를 설계하는데 보탬이 되는 값진 금석이 될 것이다.
이 책이 바로 그런 연설문들의 모음이다. 대학 졸업생들에게 새 출발을 알리는 신호탄을 쏘는 글들의 집합이다. 그렇기에 미국사회를 이끌어가는 저명인사들의 명연설을 이 한 권으로 집약해서 모두 들을 수 있다. 우리 뉴스에서도 한번쯤 들어봤음직한 정치인, 영화감독, 영화배우, 스포츠 스타가 있고, 미국 사회에서 영향력 있는 법조계 인사, 사업가, 인기 작가, 학자 영부인도 있다. 그들이 던지는 한 마디 덕담은 다른 사람이 해주는 말보다 훨씬 무게가 있어 보인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그들이 이미 사회의 저명인사이기에 같은 말이라도 그들의 입을 통해 전달되었을 때 더욱 중량감 있게 느껴지는 것이다.
내 보기엔 그들의 일설이 대학 졸업생을 대상으로 한 연설이지만 단지 그들만을 위한 글은 아니란 생각이 든다. 인생엔 늘 시작과 끝이 반복되기에 어느 순간이든 출발점에 선 새내기라면 반드시 새겨야할 명연설이 아닌가 싶다. ‘너에게 다가온 기회를 붙잡아라(존 그리샴)’, ‘너를 둘러싼 세계에 ‘왜’라고 물어라(조지루카스 & 스티븐 스필버그)‘, ’모두가 예상하는 뻔한 삶을 거부하라(바바라 부시)‘, ’인생의 고비마다 마음껏 즐기는 사람이 되어라(행크 아론)‘, 세상이라는 광야에서 너의 세계를 고집하라(수전 손택)’. 이런 말씀이 어찌 졸업을 앞둔 새내기들에게만 해당되는 덕담이겠는가. 누구라도 귀담아 들어야할 인생살이의 보편적 진리에 해당하는 주옥같은 표현들일 것이다.
이제 내 대학 졸업식을 떠올려본다. 유난히 추웠던 그해 2월 최루 가스로 오염된 대학 캠퍼스는 완전히 그 분진을 털어내지 못했다. 그래서 수많은 인파가 북적대다보니 최루탄 분진이 생명을 얻어 코를 자극한다. 결국 식장을 벗어나 축하객들과 사진촬영을 하고 부랴부랴 캠퍼스를 벗어나버렸다. 평소 별로 존경의 대상이 되지 못했던 총장님의 졸업축사는 무슨 말을 했는지 전혀 기억에 없다. 시끄러운 인파들의 소음에 묻혀 이미 그마저 소음이 되어 버렸다.
그래서 이 책 속 연설의 청중이 된 대학 졸업생들이 부럽다. 자신들이 존경할만한 졸업생 선배가, 혹은 사회적으로 존경받고 있는 인생의 선배가, 혹은 사회 각 분야에서 나름대로 지위를 구축한 사회 저명인사가 해주는 인생의 덕담이라면 훨씬 집중해서 들을 수 있지 않을까? 이미 대학을 졸업한 지 십수 년을 훌쩍 넘긴 지금에 와서야 내가 졸업생이 되어 그들의 덕담을 듣는 감회에 젖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