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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랑 알렉상드르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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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제공 & 주관적 견해


“인공 지능 앞에서 우리는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될 것이다. 적어도 우리가 지금과 같은 인간으로 남아 있다면 말이다. 우리의 유일한 구원책은 기계와 함께 서로 영향을 주며 진화해 나가는 공진화를 하는 것이다.” p.515


책 제목보다도 ‘인류의 절반 이상은 GPT-5보다 지능이 떨어질 것이다’라는 강력한 메시지가 궁금증을 유발했다. 표지와 제목만 보고는 예상하지 못했던 출판사 열린책들에서 나온 책이다. 


작가인 로랑 알렉상드르는 프랑스에서 의사, 기업가, 미래학자, 건강 포털 사이트 독티시모 창립자라고 한다. 


전체 550페이지 정도로 분량이 적지 않다. 7개 부와 22개 장으로 나뉘어 있다. 인공 지능의 급격한 발달로 조성된 인간 지능 역할과 지위의 변화, 앞으로 인류가 맞이할 기회와 위기를 중심으로 한다. 인공지능 붐, 인공지능을 통한 기존 체제의 변화, 성장과 기술 독재 시대, 위기론이 아닌 기회론, 기존 교육 체계 변화, 미래 시나리오 등을 기준으로 부가 구분되고 하위 장이 여러 개 있다. 한 두 페이지 분량의 짧은 글이 조각조각 모아져 있어 속도감 있게 읽을 수 있다.


띠지 문구와 마찬가지로 흥미를 유발하는 제목의 장이 많다. “챗GPT는 연금 개혁보다 중요한 문제이다”, “인공 지능 시대에 민주주의는 어떻게 될까?”, “우리의 미래를 진정으로 건설하고 소유하는 자는 누구인가?”, “챗GPT가 교실을 없애버릴 것인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서는 반드시 IQ를 높여야 한다” 등이 그렇다.


강한 어조로 글쓴이 자신이 속한 프랑스 사회를 향해 던지는 비판의 목소리가 인상적이다. 인공지능 발전이 진행 중인 지금, 앞으로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서라면 이렇게는 안 된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정치인들이 미봉책에 불과한 연금 개혁에 열을 올리는 대신, 산업 전반에 대한 대대적인 개혁을 단행해야 한다거나, 환경 운동은 새로운 세상을 대응하기는커녕 기술 주도권을 빼앗기게 할 뿐이라고 지적하는 식이다. 


기술결정론적 시각을 가진 작가 로랑 알렉상드르가 진단하는 민주주의의 위기도 기억에 남는다. 합의, 견제, 균형 등의 시간이 요구되는 가치가 필요한 민주주의에 비해 지금 기술 발전의 속도는 빨라도 너무 빠르고, 이에 따라 단기적 관심사에 매몰되어 문제 본질을 놓치고 있다고 말한다. 인공지능과 인간지능을 통한 정치 사이 균형이 이루어지기까지 민주주의가 취약한 상태에 놓일 것이란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 것인가. 작가는 이에 대한 답으로 책 후반부에서 ‘교육’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데 치중한다. 인공지능과 상호 보완 가능하도록 인간을 교육하는 일이 중요하고, 인공지능의 급격한 산업화와 생물학적 지능의 민주화 사이 격차 해소를 위해 학교 개혁이야말로 가장 시급한 정치 과제라고 주장한다.


‘사회가 너무 급격히 변해 현기증이 날 것만 같아요’하는 생각을 갖고 있던 독자라면 로랑 알렉상드르의 주장이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겠다. 반대로 ‘이 급변하는 사회에 어떻게 하면 적응하고 앞날을 대비할 수 있을까요’하는 물음을 갖고 있던 독자라면 만족스런 독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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