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가장 가까운 적, 성병
엘렌 스퇴켄 달 지음, 이문영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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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제공 & 주관적 견해


“성병(STI)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질병이다. 분비물, 상처, 그리고 주변을 맴도는 암울한 분위기로 인해 성병은 의학계의 공포 소설로 불릴 만하다. 이 병은 우리를 바보로 만든다! 성병에 관한 사실, 특히 성병의 역사를 깊이 파고드는 일은 진정한 범죄 영화나 훌륭한 공포 영화의 스릴감과 비슷하게 공포가 스민 쾌감에서 오는 아주 재미있고 서늘한 느낌을 준다. (...) 성평에 사로잡힌 것이다.” p.11


성병이 궁금해 “나의 가장 가까운 적, 성병”을 읽기 시작했다. 열린책들에서 번역 출간한 책이다. 소설이 아닌 열린책들에서 나온 책은 오랜만에 읽는다. 


책을 쓴 노르웨이의 성병학 의사 엘렌 스퇴켄 달은 “질의 응답”이라는 책으로 이미 이름을 널리 알렸다고 한다. 


책 구성이 간단하다. 임질, 헤르페스, 생식기 사마귀, 매도그, 질편모충염, 클라미디아, 사면발니, HPV 관련 자궁 경부암, 미코플라스마, 옴, HIV와 AIDS 순으로 총 열한 가지 성병이 소개되어 있다. 책을 읽기 전 제목을 보고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설명문이 아니어서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글쓴이가 각기 다른 환자를 진료하는 과정을 픽션화해서 대화하는 문장과 해당 성병에 관한 정보가 어우러져 있다. 수필 같기도, 소설 같기도 한 흔히 보기 힘든 글이다.


각 병명의 어원부터 옛날엔 어떻게 인식되었는지 언급하는 대목이 기억에 남는다. 병의 매커니즘도 물론 소개되고 있다. 또 병마다 나타나는 증상을 묘사하는 대목도 포함되어 있다. 문장이 문학적이면서도 사실적으로 쓰여 있어 비위가 약한 독자라면 정서적 불편함을 호소할 수도 있어 보인다. 


성병의 역사라고도 부를 수 있을 정도로 열한 가지 질병이 처음 발견된 경위나 발견 초기 감염과 치료 등이 쓰여 있다. 인문학을 높은 비중으로 다룬 데에는 글쓴이가 책 초반에도 밝혔듯 성병은 도덕성과는 관련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에서 비롯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성병을 두고 편견을 품었던 독자들에게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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