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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첫 탱고 수업 - 춤추고 숨쉬고 꿈꾸며 인생을 사는 법
이승은 지음 / 설렘(SEOLREM) / 2025년 2월
평점 :
도서 제공 & 주관적 견해 리뷰
“탱고는 내 삶에서 쓸모없는 시간은 하나도 없었다는 걸 알려주었다. 내게 일어난 모든 일은 다 신중히 걸러진 일이었다.” p.5
얼마 전 관람한 일본 영화 ‘파문’에서 주인공 요리코가 비를 맞으며 혼자서 탱고를 추는 장면이 뇌리에 깊이 남아 있었다. 옭아매던 것에서 해방된 요리코가 열정적으로 혼자서 추는 탱고가 너무 멋있어 보였다. 그래서 탱고에 별다른 관심이 없었던 내가 “나의 첫 탱고 수업”이라는 에세이를 읽기 시작했다.
탱고라는 춤 자체가 궁금해 책을 집어 들었다가 글쓴이의 우여곡절 인생사가 우선 전면에 펼쳐져 약간 당황했다. 그러나 누군가에게 공감을 바라고 줄줄 늘어놓는 과거 이야기라기보다 현재의 나를 이야기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펼쳐놓게 되는 지난날의 추억으로 다가와 무리 없이 읽어 나갔다.
글쓴이가 탱고를 시작하는 과정이 인상적이다. 육아와 쪼들리는 경제적 상황에서도 자신을 사로잡은 탱고를 배우기로 마음먹는다. 글쓴이에게 인생에서 한줄기 빛으로 어느 순간 갑자기 다가온 것이 바로 탱고인 것이다.
“‘그래, 이왕 하는 거 여왕이 되자!’” p.55
사람 사이 합이 중요해 노련하게 추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탱고를 글쓴이는 어렵사리 배워 나간다. 그 과정에서 궁금했던 ‘탱고’에 자연스레 친숙해질 수 있었다. ‘까베세오’라는 둘 사이 은밀한 눈빛 그리고 춤을 신청하는 방식을 처음 다룬 장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남성이 같이 탱고를 추고 싶은 사람을 발견하면 여성을 응시하고, 시선을 느낀 여성은 춤을 추길 원한다면 눈을 마주치고 고개를 가벼이 끄덕인단다. 상상만 해도 짜릿하다. 탱고를 학습하고 싶어졌다.
글쓴이가 점점 탱고에 빠져들고 깊이 얽혀 활약하는 순간순간을 따라가면서 탱고에 대한 관심도가 더욱 높아졌다. 당장 탱고를 추기에는 어려워 일단 영화 ‘여인의 향기’를 보기로 한다. 어느날 갑자기 시작한 탱고로 살아있음을 느낀 글쓴이를 보며 흐뭇한 마음도 느낀다. 글쓴이에게 탱고가 있었다면 나에겐 무엇이 있을지 고민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