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미친 사람들 - 카렐 차페크의 무시무시하게 멋진 스페인 여행기 흄세 에세이 6
카렐 차페크 지음, 이리나 옮김 / 휴머니스트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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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나라에서 다른 나라로 국경을 넘을 때, 다른 집들과 다른 언어, 다른 경찰들, 다른 색깔의 토양과 다른 풍경을 지닌 낯선 세계로 들어간다는 건 언제나 내게 새로운 기쁨으로 다가온다. pp. 15-16


체코 문학가로 이름 날려 온 차페크에 관해 이곳저곳에서 들었는데 막상 책을 읽어본 적이 없었어요. 그런데 휴머니스트에서 출간 중인 ‘흄세 에세이’ 시리즈에서 차페크의 수필과 그림을 번역한 책이 나왔다고 해서,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볼 수 있겠다 싶었어요. 더군다나 시리즈 여섯 번째 책으로 나온 “조금 미친 사람들”은 차페크가 서반아로 여행 가서 보고 들은 것들이 주 소재라고 해서 더욱 기대했어요. 멋 따라 맛 따라... 에스파냐의 매력을 한국 독자 누구든 공감하리라 생각해요.


프란츠 카프카, 밀란 쿤데라와 함께 체코 문학 대표 작가로 꼽히는 작가라는 무게에 비해 가볍고 경쾌한 글과 그림이 마음에 들었어요. 책을 펼치기 전 기대했던 글의 라이트함을 그대로 읽을 수 있었어요. 기차 침대칸 1층에서 2층으로 오르는 상황에서 1층 승객의 얼굴을 발로 짓누르는 모습이나 안달루시아 농부가 당나귀를 타고 있는 모습 같이 소설 속 한 장면 같기도 하면서 일상 속 한 장면 같기도 한 것들을 만날 수 있어요.  


세비야, 마드리드, 톨레도... 여행지로서 차페크가 선택한 지역은 참으로 다양한데요. 이름만 들어도 여행 가기 전 설렘을 느낄 이 지역에서 간 장소, 먹은 음식, 스페인 역사, 예술, 인물 등을 짤막하게 끌어와 설명하면서, 거기에 귀엽고 심플한 그림을 더했어요. 글 마다 포함된 한두 개 그림이 상상력을 자극했어요. 미처 그림에는 드러나지 않은, 글로 된 설명을 상상하면서 읽게 되더라고요. 그림 없는 “조금 미친 사람들”과 지금처럼 그림이 포함된 “조금 미친 사람들”은 완전히 다른 책으로 읽힐 것 같아요.


서반아라는 여행지에서 보고 듣고 경험한 것들, 그리고 그것들을 통한 인문학적 사유까지 담긴 글이었어요. 오늘날 말로 여행 인문 에세이 정도라고 표현할 수 있겠어요. 열린 자세로 다른 나라의 것들을 이해하고 체코 사람들이 읽기 좋게 쓰려고 노력하지 않았을까, 체코 밖 세계를 친절하게 설명하고 싶진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컬처블룸 통한 휴머니스트 도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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