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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행위 - 부서지는 인간, 활자 너머의 어둠 ㅣ 오에 컬렉션 2
오에 겐자부로 지음, 남휘정 옮김 / 21세기문화원 / 2024년 6월
평점 :
21세기문학원에서 만드는 오에 겐자부로 컬렉션의 두 번째 번역서에요. 올해 초, 첫 번째 번역서인 “새로운 문학을 위하여”를 읽은 기억이 나서 이번에 “읽는 행위”라는 제목으로 나온 두 번째 번역서도 읽어보기로 했지요. 일본 군국주의를 비판하며 사회적 목소리를 냈던 오에 겐자부로가 본령인 문학에 관해서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이 책을 통해 조금이나마 알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어요.
1권에서 단테, 도스도예프스키, 톨스토이 같은 작가의 작품을 예시로 활용하며 논의를 이끌어갔던 것과 마찬가지로, 이번 2권의 “읽는 행위”에서 역시 일본 밖 작가들의 작품이 꽤 나오더라고요. 장 폴 사르트르, 존 업다이크, 프랑수아 라블레, 알랭 로브그리예, 르 클레지오 등이 집필한 작품 일부를 책에 직접인용해요. 오에 겐자부로라는 소설가의 생각과 이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읽고 느낀 바를 결합한 에세이 형식의 글인 것이지요. 이때 에세이가 책 제목에서 유추 가능하듯이 활자, 독서, 읽는 행위 등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쓰인 것이고요.
종이 위에 쓰여 있으면 글이고 활자고 문장이고 그게 그거 아닌가하는 생각을 했던 저로서는 오에 겐자부로의 주장이 낯설게 느껴졌어요. 이런 게 모름지기 유명 문학가만이 할 수 있는 생각일까 싶기도 했고요. “나는 일찍이 문장을 활자로 쓰기 시작할 때부터, 타인이 쓴 활자 너머의 어둠에 어떤 위험하고 긴장된 존재를 발견했다.”(p.104), “활자는 강한 산성을 띤 물질같이 인간의 육체에 작용한다.”(p.111) 등 따로 떼어 두고 보면 도통 무슨 말인지 싶기도 한 문장들이 쓰여 있기도 하고요.
청년 시절의 오에 겐자부로가 자신의 유년기 경험이나 정치적, 사회적 상황 등 역시도 에세이 소재로 활용해요. 사회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용감하게 드러냈던 것들이 겹쳐 보였어요. 작가가 젊은 시절부터 문학을 사회라는 바운더리 안에서 깊이 생각했음을 에세이를 통해 새삼 다시 깨달았어요.
*컬처블룸 통한 21세기문화원 도서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