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가 많은 곳에서 일합니다 - 생존이 곧 레퍼런스인 여자들의 남초 직군 분투기
박진희 지음 / 앤의서재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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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이 곧 레퍼런스인 여자들의 남초 직군 분투기”라고 쓰인 책 소개 문구에 한 눈에 반해 『남자가 많은 곳에서 일합니다』를 꼭 읽어보고 싶었어요. 최근에 특정 직업을 소재로 한 책이 많이 나오고 있는 것 같은데, 이 책은 여러 가지 직업을 포함하고 있어 책 한 권으로 여러 직업 세계를 편하게 볼 수 있겠다 싶었어요.


또한, 지금껏 살면서 한 번도 문제 삼지 않았던 문제를 되짚어보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여자라서, 적은 숫자여서, 너무나 막연해서, 바뀔 것 같지 않아서……, ‘나만 문제 삼지 않으면 돼’ 하며 다시 마음으로 눌러 담았던 고민을 꺼내고 나누고 함께 모색해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여는 글 일부)


각기 다른 직업을 가진 여성 여덟 명을 글쓴이가 인터뷰한 내용을 담은 책이에요. 각자의 직업이 확실하게 드러나는 복장을 한 인터뷰이의 모습도 중간에 들어가 있고요. 목차에 쓰인 직업 여덟 개만 봐도 본문이 절로 궁금해졌어요. 건설현장 조경 관리감독, 대형 화물선 일등항해사, 오케스트라 지휘자, 화재진압 소방관, 군 암호보안 전문 군무원, 대동물 수의사, 공군 항공기 조종사, 전통 가마 도예가 이렇게 여덟 개 직업에 종사하고 있는 여성이 인터뷰이로 나와요. 이 직업들과 별다른 접점이 없는 저로서는 궁금한 마음이 크게 들었어요. 이 여성들은 어떤 경로로 이런 일에 종사하게 되었을까? 하고요.


직업적 특성에 따라 여성이 종사하기 어려웠을 거라는 세간의 말을 무색하게 만들 인터뷰이들의 답변이 인상 깊게 남아있어요. 대를 이어 남성이 가업을 이어 받았던 전통이나, 출산과 육아로 인해 여성들이 하던 일을 그만두는 경우 등이요. 결국 ‘여자가 하기 힘든 일’ 또는 ‘여자가 하기에는 힘들어 보이는 일’이란 건 고정관념으로 보여요. 원래 힘든 일이고, 누구에게나 힘든 일로 보이고요. 


뜬금없게도 인터뷰 중 언급된 한 인물이 너무 멋있어보였어요. 퇴임 후 결혼한 교장선생님!

제가 도예고등학교 다닐 때, 교장선생님이 여자분이셨어요. 원래는 작품활동을 하는 도예가였는데, 일본 유학 시절에 백자가 우리나라 것임에도 불구하고 ‘백자의 고향, 후쿠오카’라고 써 있는 플래카드를 보고 큰 충격을 받아, 잘못된 것을 바로 가르치는 ‘교육자’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하셨대요. (……) 그 시절에는 흔히 볼 수 없었던 분이라 나도 선생님처럼 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그분도 결혼을 안 하셨거든요. 훗날 퇴임하시고 결혼하셨어요. p.182


출산과 육아 그리고 여성의 경력 단절 문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던 책이기도 해요. 여성에게 집중된 돌봄 노동 문화가 바뀌는 사회로 조금씩 변해가길 바라며 책을 덮었어요. 생업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여성들의 목소리를 통해 다양한 직업을 엿보는 시간을 가졌어요.






이 글은 컬처블룸을 통해 앤의서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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