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단어 - 정치적 올바름은 어떻게 우리를 침묵시키는가
르네 피스터 지음, 배명자 옮김 / 문예출판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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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로 쓰인 ‘정치적 올바름은 어떻게 우리를 침묵시키는가’에 끌려 읽어보고 싶었던 책입니다. 출간 시기와 곧 있으면 다가오는 국회의원 선거를 생각하곤 얼핏 정치인들을 비판하는 책이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더라고요. 그런데 예상하지 못했던 주제의 글에 마침 제가 평소에 품고 있던 문제의식이 반영되어 있어 푹 빠져들어 읽어나갔습니다.


 ‘귀 막고 입 막는’ 요즘 사람들의 행태를 정면에서 비판하는데요. 심각한 문제라고 느끼던 바를 미국 사회에서 있었던 다양한 사례를 끌어와 보기 좋게 지적하고 있어 흥미로웠습니다. 논란의 중심에 있던 캐나다 방송인 지안 고메시를 지면에 실은 이안 부루마가 뉴욕리뷰오브북스 편집장 자리에서 내려왔던 일, 미국 대학 곳곳에 소속된 학생들이 자신들의 진보적 입장과 배치되는 입장을 가진 인사의 방문과 연설을 취소하고 물리적 위협까지 가했던 일 등 열두 편의 꼭지에 실린 다양한 사례는 한국에서 느껴온 표현과 수용에 대한 편협함을 떠올리기에 충분했습니다.


 몇 년 전 일본 문학 연구자 박유하 명예교수가 집필했던 『제국의 위안부』와 관련해 피소 당하며 일련의 비판 섞인 말들이 오가는 것을 보며 느꼈던 문제의식이 이 책을 쓴 르네 피스터의 의견과 맥락상 비슷해 읽기 수월했습니다. 연구자로서 특정 사안을 깊이 들여다보고 논리 있게 자신의 의견을 펼치고 책으로 펴낸 행위에 손가락질하며 한국인에게 민감한 사안을 들춰내 혼란을 만들지 마라는 말을 보며 도통 이해가 되지 않았거든요. 이와 비슷하게 르니 피스터는 미국에서 진보 성향을 가진 이들을 중심으로 타인의 의견을 제한적으로 수용하려는 태도에 문제가 있다고 말합니다. 자기와 맞지 않는 입장을 가진 타인의 말을 듣기 자체를 거부하고, 그 사람이 입을 열고 말을 하지 못하게 만드는 건 표현의 자유 측면에서 아무래도 심각한 문제라는 것입니다. 


 이렇게 가다가 각기 다른 사람들의 다양한 의견이 색채를 잃고 양 극단으로만 치우치지는 않을까요? 이미 이분법적 사고와 여론 형성은 상당 부분 진행된 것일까요? 거스를 수 없는 현상일까요? 르네 피스터의 『잘못된 단어』를 통해 ‘귀 막고 입 막는’ 사회에서 어떻게 살아가야할지 고민해 봅니다. 




이 글은 문예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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