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몫의 밤 1
마리아나 엔리케스 지음, 김정아 옮김 / 오렌지디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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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 이미 소개되어 독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바 있는 아르헨티나 소설가 마리아나 엔리케스의 2019년 소설이 한국어로 번역되었다. 이 작품으로 2020년까지 각종 문학상을 받는 영예를 누린 한편, 알폰소 쿠아론 감독이 제작하는 드라마로 애플 티비에 방영하는 것이 확정되었다. 이토록 업계의 뜨거운 관심을 받아 온 소설 『우리 몫의 밤』에 대해 기대감을 갖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대략 오백페이지에 달하는 각 권은 소제목 세 개로 구분되어 있으면서, 소제목 하에 다양한 시간과 공간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가 교차되며 등장한다. 짤막한 장면들로 흡인력 가득하게 묘사되어 있다. 책을 읽기 전에는 얇지 않은 책 두께에 압도되었다면, 읽어 나가면서 어느새 절반 이상 읽고 있던 나를 발견했다.


 서사에 가득한 불길함과 신비로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긴 여정을 달려가는 주인공들의 말과 행동, 그리고 중남미라는 익숙하지 않은 배경이 주는 신선함이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마리아나 엔리케스의 전작들을 통해 이미 공포, 환상 등의 핵심 분위기는 짐작했지만, 처음으로 읽어본 그의 소설은 예상보다 더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권능의 자리에 오른 메디움 후안은 아들 역시 자신과 같은 유형의 존재로 거듭나는 것을 막기 위해 급박하게 여정을 떠난다. 빠르게 전환되는 장면에 흥미로움을 느끼기도 하고, 상세하게 묘사되는 주인공 후안의 심리에 빠져들어 감정이입하게도 된다. 상상력을 자극하는 이야기, 어두운 배경에서 펼쳐지는 이야기에 관심 있다면 읽기 좋을 소설이다. 소환, 기사단 등 범상치 않은 소재가 사용된 호러, 고딕 픽션이 예비 독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중남미 문화, 스페인어, 포르투갈-브라질어 등에 대한 기본 지식이 없는 독자일지라도 찬찬히 책을 따라 읽다보면 어려움을 느끼지 않을 것이다. 역자가 본문 텍스트 하단에 독자들이 생소함을 느낄 가능성이 있는 외국어 어휘에 대해 보충 설명을 달아놓았기 때문이다. 각주 자체가 그렇게 많지도 않고, 필요한 부분만 선별해서 설명한 느낌을 받았다. 소설의 배경이 되는 문화권에 대한 이해도가 적은 나로서는 덕분에 흥미로운 것들을 지식으로 챙기면서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이 글은 오렌지디, 컬처블룸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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