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사람이다 - 꽃 내음 그윽한 풀꽃문학관 편지
나태주 지음 / 샘터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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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춘을 지났지만 아직은 추운 날, 나태주 시인의 봄꽃 에세이가 반가울 따름이다. 올 봄에 필 꽃을 상상하며 읽으니 좋다. 한 달 후 완연한 봄에 이르러 읽으면 또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다. 풀꽃문학관 주변 식물들을 바라보는 나태주 시인의 따뜻한 시선을 따라가 본다. 기분 좋게 미소 지으며 짤막한 에세이 여러 편을 금세 읽는다. 따뜻한 봄을 앞둔 지금, 다가올 날이 그리운 독자들에게 사랑 받을 만한 책이다.


 작거나 관심 받지 못하는 것에 주목하는 작가의 세심함이 엿보인다. 그의 세심한 시선 덕에 사소한 것의 아름다움을 느낀다. 웃자란 가지로서 꽃과 열매를 낼 수 없어 제거해야 하는 가지인 도장지, 잡초에 가려 밟을 수도 있을 디딤돌 사이에 핀 꽃송이, 겨울잠 자는 작은 개구리, 길거리 변두리에 피어나는 민들레 등 일상생활 중 도무지 깊게 들여다볼 생각을 하지 않았던 존재들을 담담한 문체의 글로 만난다. “녀석들”로 표현되는 이 존재들로부터 얻은 교훈을 슬쩍 말하기도 한다. 도장지를 보고 쓸모 있는 시를 써야겠다고 말한다.


 꽃을 통해 사람을 떠올리거나 사람을 통해 꽃을 말하는 작가의 인정이 느껴진다. 특히 꽃을 보며 지난날 누가 문학관에 이 꽃을 심어주었는지 기억하고 지면에 나타낸다. 마음이 쓰이는 사람을 보고 앵초꽃을 떠올리는가하면, 꽃을 보고 누군가가 일부러 캐다가 심어줘 해마다 피는 꽃이라고 말한다.


 현대 도시 일상에서 접하기 어려운 식물 이름에서 생경함을 느낀다. 맏무릇, 영춘화(봄맞이꽃), 애기붓꽃, 깽깽이풀, 노간주나무 등 낯익은 이름보다 처음 듣는 이름이 더 많다. 식물을 간단하고 소박하지만 사랑스런 삽화로 표현되어 독서를 즐겁게, 책을 더욱 아름답게 만든다.  평소 고마움을 느끼는 사람이나 사랑하는 사람에게 지금 이 시기 줄 선물로 제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귀골, 환호작약 등 요즘 잘 안 쓰는 말이 다소 등장하나, 45년생인 작가 연세를 고려하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누군가에겐 편히 읽기 힘든 이유가 될 수도 있겠지만, 나 같은 누군가에겐 다양한 어휘를 접하고 의미를 배우는 기회가 될 수 있겠다.  


비슷한 맥락에서 번역투 표현이 꽤 등장한 점은 아쉬웠다. “많은 나비”, “더 많은 꽃” 등 many가 명사를 수식하듯 쓴 표현, “오직 한 채의 일본 가옥”과 같이 ‘~의 명사’ 표현이 대표적으로 그렇다. 샘터 편집부에서도 분명 이런 기본 사항을 인지하고 있었을 터. 팔십년이란 세월을 살아온 작가의 문장이라는 점을 고려해 고치지 않고 이렇게 출간했을 것이라 추측해본다.



  

이 글은 샘터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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