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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를 구하자 문제를 주셨습니다
시라토리 하루히코 지음, 이지현 옮김 / 윌마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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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기독교 계열 종교 신자지만, 종교 여부를 떠나서 가급적 납득이 될 수 있도록 쓰겠습니다.

 

이미 한국에는 같은 저자가 쓴 초역 ○○의 말시리즈가 여럿 번역이 나왔습니다. 바쁜 현대인들이 전공도 아닌데 두껍고 머리 아픈 철학 원전을 일일이 다 봐야 한다고 생각하지도 않기 때문에 이런 종류의 책에 대해 가타부타 말을 안 했고, 얘기를 하게 되더라도 혹평은 되도록 자제했습니다. (다들 스마트폰+유튜브 쇼츠 조합에 파묻혀 사는 마당에 이렇게라도 책을 보게 되는 게 어딥니까!) 하지만 이번 책은 좀 갸웃거리게 됩니다.

 

이 책의 제일 큰 문제는 제목과 출판사의 마케팅입니다. 번역서의 제목과 부제는 성경의 내용을 발췌해서 쓴 것처럼 보이고, 출판사 마케팅도 이 방향으로 계속 홍보되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모르는 사람이 보면 이 책이 성경내용을 추려서 쓴 것처럼 오해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정작 이 책의 원서 제목은 초역 예수의 언어(超訳 イエスの言葉, 幻冬舎, 2011)입니다. (저자가 성경내용만 가지고 쓴 책은 또 따로 있습니다) 성경에 직접적으로 예수의 어록과 행적이 수록된 부분만이 아니라, 애당초 저자가 종교적인 내용을 떠나 철학적인 내용으로, 예수의 어록과 행적에 관해 초역(超訳)”*한 것입니다. 서문을 보면 이 의도가 명백하게 나옵니다.

* 뜻을 보다 알기 쉽게 번역한 의역보다 훨씬 많은 부분(문장 구성, 원문 생략 등)의 변형을 통해 내용 전달을 쉽게 만든 번역이란 뜻인데, 사실상 자기 해석을 반영해서 글을 통째로 뜯어고치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책에서 실제 인용된 내용을 보면 성경의 문구와 많이 다른데, 원서의 제목을 보면 바로 납득이 되는 부분이어서, 여기에 대한 시비나 비평은 더하지 않겠습니다.

 

이 책은 신앙에 관한 책이 아니다. 기독교 관련 서적도 아니다. 꼭 기독교 신자가 아니라고 해도, 조금이라도 성경을 접해본 이라면 바로 알아차릴 것이다. 이 책은 예수라는 한 사람이 남긴 말에 관해 쓴 것이다........이 책에서 다루는 예수의 말은 신약성서에 기록된 그대로가 아니다. ‘초역이다. 그것도 나의 해석만을 중심으로 한 초역이다.(본서 p.16)

 

이 책이 참고한 원전에는 일반적으로 널리 알려진 신약성서만이 아니라 외경이라 불리는 서적들도 포함되었다. 외경이란 신약성서에 포함된 27개의 정경에서 제외된 문서를 가리킨다.....(중략)......나는 정경으로 취급받지 못하는 문서에도 예수의 진의를 나타내는 말이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예수 본인의 입에서 나온 말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조금이라도 그의 참뜻이 포함되어 있으리라. 따라서 나는 외경에서 그런 부분을 발췌해 나름대로 초역하여 표현했다.(본서 pp.33~35)

 

저자는 애당초 종교적인 문제를 떠나서 자신이 보기에 예수의 철학을 보여준다고 판단되는 대목들을 선정했고, 때문에 이 책에 발췌된 내용에는 신약성경 외에 외전에서 추려낸 대목들이 상당합니다. 제가 대충 계산해보니, 대략 25%가 이런 외전에서 추려낸 것들이었습니다.

* 제가 대충 계산해 봤을 때, 이 책에서 발췌한 184개 문구(우화 제외) 가운데 1/446(토마스 복음서 37, (막달라) 마리아 복음서 4, 필립보 복음서 4, 기타 1)가 신약성경 외에 다른 출전이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일반적인 성경이라고 하면 구약+신약성경으로 이해하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그 가운데서 예수의 어록과 행적은 신약성경의 앞부분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때문에 성경을 신의 말씀이라고 간주하는 종교적 입장을 떠나서 냉정하게 말하자면, 성경의 언어가 통째로 예수님의 언어라고 하는 것은 어폐의 소지가 있습니다. 그런데 (비록 예수의 어록이라지만) 전거의 1/4이 성경을 출전으로 하지 않는데, 이런 식으로 제목을 바꾸어서 독자들에게 혼동을 주는 일을 왜 했는지 개인적으로는 납득이 잘 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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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를 구하자 문제를 주셨습니다
시라토리 하루히코 지음, 이지현 옮김 / 윌마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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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원서의 제목을 살리면 될 것을 괜히 바꾸어서 독자들에게 오해를 살 여지를 벌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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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삼킨 세계사 - 12척 난파선에서 발견한 3500년 세계사 대항해
데이비드 기빈스 지음, 이승훈 옮김 / 다산초당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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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의 편집은 조금 부족한 면이 있지만, 난파선을 매개로 바다를 통해 연결된 세계사를 설명한 점에 있어서는 준수한 역사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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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테 《신곡》 함께 읽기
강대진 지음 / 북길드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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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곡』의 상세한 해설서라기보다는, 입문자를 위한 안내서의 차원에서 쓰여진 책이다. 그래도 어설픈 축약본보다는 훨씬 나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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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총사 (특별판)
알렉상드르 뒤마 지음, 김석희 옮김 / 시공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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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마는 여러모로 ˝상업적 역사소설˝의 선구자라고 할 수 있는 인물이다. 비록 전체 시리즈 중 한 편에 해당하는 부분만 번역이 된 것이지만, 필력은 충분히 실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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