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우재의 맹자 읽기
이우재 지음 / 21세기북스 / 2012년 1월
평점 :
<맹자>는 한동안 잊혀진 도서였다. 그리고 불온서적이자 금지도서였다. 맹자는 백성이 귀하고 임금은 귀하지 않다고 일갈한다. 게다가 혁명을 정당화한다. 군주가 하늘이던 시대에 <맹자>에는 '위험한' 발언이 많이 담겨 있었다. 게다가 그 발언들을 눈치 보지 않고 강하게 내지른다. 첫 편인 양혜왕 편만 읽어 보아도 맹자가 얼마나 열혈인지 대번에 알 수 있다. 그러니 <맹자>는 한동안 금지되었고, 잊혀진 도서가 되었다.
<맹자>가 다시 떠오른 것은 송대에 들어와서다. 그전에는 중요한 대접을 받아 본 적이 없다. 주자의 사서운동(논어, 맹자, 대학, 중용을 유가의 중요 서적으로 격상하는 운동)으로 <맹자>가 비로소 주목받게 되었다.
오늘날 우리가 흔히 쓰는 말 중에 많은 것이 <맹자>에서 오기도 했다. 오십보백보, 연목구어, 조장, 집대성, 여민동락, 오륜, 인륜, 민본, 위민 등의 출처가 바로 <맹자>다. 알고 보면 우리의 일상에서 맹자 사유의 단편을 흔히 접하고 있는 것이다.
<맹자>의 첫 에피소드는 매우 강렬하다(양혜왕편 1). 맹자는 당시 아주 잘 나가던 양혜왕을 처음 뵙는 자리에서 이익을 추구해할 것이 아니라 인의를 추구해야 한다고 일갈한다. 왕이 이익을 추구하면 그 아래 대부는 자신의 집안 이익을 추구하고, 백성들도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게 된다. 이렇게 서로 이익을 다투면 국가가 위태로워진다고 말한다.
그렇다. 인간 사회는 이익을 넘어서는 가치로 지탱된다. 그런데 오늘날 신자유주의는 지독하게 이익만을 추구한다. 그렇게 한 결과가 어떤가? 오히려 경제가 나빠졌다. 그리고 삶의 질도 형편없이 떨어졌다. 맹자의 첫 일갈을 되새기게 되는 이유다.
<맹자>에는 정치에 대한 논의가 가장 많다. 맹자 정치사상의 핵심은 왕도다. 왕도는 여민동락으로 이룰 수 있다고 한다. 백성과 함께 즐기라는 뜻의 여민동락을 오늘날 말로 하면, '보편적 복지'다. 맹자는 정치사상 논의를 본격적으로 연 것으로 의미가 있으며, 일찍이 보편적 복지 논의를 펼친 것으로도 의미 있다.
<맹자> 고자편, 진심편에는 심성론에 대한 논의가 많다. 맹자는 인간에게는 '차마 남에게 하지 못하는 마음'이 있다고 주장한다. 이를 바탕으로 왕도를 펼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맹자의 심성론은 정치 사상의 바탕이 된다.
심성론의 단서를 제시하지만, 엄밀한 논의를 펼치는 것은 아니다. 심성론에 관한 맹자의 논의는 대개 논리적 비약으로 이루어져 있다. 맹자 심성론은 인의를 본성으로 규정하려는 안타까운 노력의 소산이다. 인의는 사회적 산물이지 본성이 아니다. 오늘날 사회학자들이 보면 꽤나 우스운 소재가 될 것이다.
오히려 맹자와 논쟁을 펼치는 고자의 논의가 더 설득력 있다. '식색성야'라든가, 인간의 본성이 따로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는 주장은 혁명적이다. 어쨌든 맹자와 고자의 논쟁은 <맹자>에서 가장 흥미진진한 소재 가운데 하나다.
한편 맹자가 현실 정치를 고려하지 못하고 지나치게 인의만을 고집하는 것은 그의 무기력한 한계를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 마치 왕도정치가 무엇이든 해결해 줄 것처럼 착각한다.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정치사상이라고 할 수 있다. 정치와 윤리의 차이를 모르는 것, 또는 신념 윤리와 책임 윤리의 차이를 모르는 것이라고 할까. <맹자>를 읽다보면 답답함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다.
이우재의 주는 새로운 해석이나 날카로운 평설을 보여주지는 못한다. 단순한 짜집기에 지나지 않아 아쉽다. 그냥 맹자 원문만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