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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들의 스캔들 - 내 심장은 그댈 향해 뛰고 있소
홍지화 지음 / 작가와비평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오랜만에 부담없이 재미나게 동시에 가슴 한편이 찡하게 읽은 책이다. <거장들의 스캔들>은 세계적인 대문호들의 8인 8색 삶과 사랑, 문학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각기 매우 다른 개성 을 지닌 문호들의 삶과 사랑 이야기는 그 자체로 흥미롭다. 게다가 그것이 작품에 대한 이해도 도우니 더욱 좋다.
사실, 첫 장에 등장하는 빅토르 위고는 별로였다. 싸구려 여성지에나 날 법한 위고의 여성 편력들이 펼쳐진다. 심지어 위고가 첫날밤에 신부와 성관계를 아홉 번이나 해서 신부가 실신했다는 내용에는 기가 막혔다. 무슨 무협지인가.
내 관심을 다시 잡은 것은 둘째 장 살로메부터다. 니체, 릴케 등 대문호들이 열렬히 사모했던 살로메. 니체는 살로메와 이룰 수 없던 사랑의 마음을 다잡기 위해 격정적으로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탈고했다. 릴케 또한 살로메를 만나 격정적인 사랑에 빠졌고, 그녀와 이루지 못한 사랑에 대한 한과 그리움으로 <두이노의 비가>, <오르페우스에게 바치는 소네트>와 같은 생애 최고 걸작을 쏟아냈다.
그들에게 사랑은 영감의 원천이었던 것이다. 한편 살로메는 니체를 만나 자신의 사상을 풍요롭게 했고, 릴케를 만나고 난 후에는 정신분석학에 눈을 돌리게 되었다. 살로메는 프로이트에게서 정신분석학을 배웠는데, 프로이트는 그녀에게 '이해하는 여자'라는 별명을 붙여줄 정도였다고 한다.
당대 온갖 천재들과 깊은 관계를 맺은 여인인 살로메의 삶은 그 자체가 매우 흥미롭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녀의 작품이 오늘날 거의 전해지지 않는다고 한다. 이유는 나치 정권에 의해 엄청난 핍박과 훼손을 당했기 때문이다.
포의 삶도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특히 <애너벨 리>의 주인공인 그의 아내와의 애뜻한 사랑은 정말이지 가슴을 찡하게 만든다. 그동안 포의 작품을 대하면서 무언가 이해하기 쉽지 않다고 느꼈던 것 중 일부가 이 책을 읽으면서 풀리기도 했다. 왜 그간 작품만 들여다 볼뿐 작가의 삶을 보려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단테의 <신곡>에 얽힌 이야기와 워낙 유명하다. <신곡>은 베아트리체에 대한 절절한 짝사랑이 담긴 작품이기도 하다. 워낙 알려진 얘기라 사실 별다른 흥미를 불러오지도 못한다. 그래서인지 이 책의 저자는 새로운 것을 준비했다. 단테에 대해 무척 흥미로운 견해를 소개한다.
일본 작가 혼다 토오루는 단테의 베아트리체를 향한 동경과 사랑을 '폭탄남의 2차원적인 사랑'이라고 폄하한다. 읽어 보면 그럴 듯해 보인다.
괴테 또한 사랑이 작품 창작에 큰 영향을 준 작가다. 그는 자신의 사랑에 언제나 진지했고, 그 사랑들은 세계문학사에 길이 남을 주옥같은 작품이 탄생하는 창작의 밑거름이 되었다. 이에 대해 이 책의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사랑의 회오리가 온몸과 온 영혼을 관통해갈 때마다 그 자리에는 어김없이 걸작이라는 싱싱한 열매가 열렸다. 그는 진정으로 여자를 그리고 자기 삶을 사랑할 줄 알았던 멋진 사람이었다."(140쪽)
그 외에도 도스토엡스키와 아내 안나와의 사랑은 애절하고, 보들레르의 파괴적 사랑은 안타깝다. 단지 연예 스캔들 수준의 내용이 아니라, 삶과 작품의 이해를 돕는 내용들이 담겨 있다. 덕분에 작품에 대한 이해도 높여 준다. 이 책을 쓴 홍지화라는 작가 이름을 기억하기로 했다. 다른 작품도 찾아서 읽어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