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감출 수 없는 내면의 지도 상상에 빠진 인문학 시리즈
벵자맹 주아노 지음, 신혜연 옮김 / 21세기북스 / 2011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얼굴은 사회적 해석으로 존재하며, 상상력의 산물이자 새로운 상상력의 바탕이 된다.

 

얼굴이 사회적 해석으로 존재한다는 것은 얼굴이 그냥 그 자체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마다 문화마다 다르게 구축된다는 점에서 그렇다. 또한 얼굴이 비로소 해석으로 존재한다면 당연히 그것은 상상력의 산물이자 새로운 상상력의 바탕이 된다.

 

그리고 혼자 있을 때는 얼굴이 없다. 얼굴이 사회적 구성물이라면 그것은 이미 '내 것'이 아니다. 그렇지만 동시에 얼굴은 개인으로서 나를 두드러지게 해주는 출발점이자 내 존재를 부각시키는 육체적 서명이다. 얼굴은 내가 한 개인이 되는 장소다. 결국, 얼굴은 사회가 내게 씌우는 가면이다.

 

이러한 얼굴을 읽기 위해서는 철학, 정신분석, 미학, 문화인류학 등 다양한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다. 이 책은 매우 다양한 관점에서 새로운 사유를 열어 준다.

 

이 책은 먼저 얼굴의 요소들을 살펴본다. 눈은 빛을 받아들이는 관문, 코는 수직성과 힘을 나타내는 상징, 입은 몸의 출입구 등으로 읽힌다. 이렇듯 얼굴은 이미 다양한 상징이 모인 조각보와 같은 것이다.

 

다음은 가면. 가면은 인간이 신체적 특징을 가지고 개개인에게 사회적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행한 최초의 노력이다. 이 책은 가면에 대한 아름다운 정의도 전한다. 가면은 자신의 육체를 신의 세계와 소통하는 상상적 공간의 단편으로 만든다고 말한다. 그 외에도 가면에 대한 상당히 흥미로운 분석들이 나온다. 초기 가면들이 장례 관습과 관계가 있다는 것, 가면은 영혼을 표현한 것이 아니라 연혼 그 자체였다는 것 등이다.

 

저자는 메두사 신화에 대해 상당히 공들여 해석한다. 그리고 한국의 유명한 설화 <변강쇠전>에 대해서도 많은 분량을 할애해 공들여 해석한다. 그렇지만 저자의 논의를 따라가기는 힘들다. 뭔가 문제가 있어 보이지는 않지만, 낯설어서 무언가 공감이 잘 가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고 다시 평가해야 할 부분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 책에서 특히 인상적인 분석은 동양의 초상화에 대한 분석이었다. 저자는 프랑스인인데, 동양화에 대해 상당히 해박한 지식을 뽐낸다. 그리고 설명도 무척 쉽다. 사실 그 어떤 동양미술 책보다 이 책에서 초상화에 대한 좋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이 책의 동양화에 대한 분석은 꼭 읽어보라고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다.

 

이 책 <얼굴, 감출 수 없는 내면의 지도>는 '상상에 빠진 인문학' 시리즈에 속하는 책이다. 이 시리즈의 책 중 <몸, 멈출 수 없는 상상의 유혹>을 읽은 적이 있다. 무척이나 재미나게 읽은 책이었다. 이번 책을 선택하는 데 시리즈의 책이 재미났다는 점이 고려가 많이 되었다. 이번 책도 실망스럽지 않다. 곱씹어 볼만한 흥미로운 사유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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