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차르트, 그 삶과 음악 우리가 사랑하는 음악가 시리즈 1
제러미 시프먼 지음, 임선근 옮김 / 포노(PHONO) / 2010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모차르트는 하인을 그만두고자 했던 첫 음악가다. 프랑스 혁명 이전에 음악가는 하인과 같은 신세였다. 그들은 궁정에 소속되어 먹고살았다. 허가가 없이는 맘대로 다른 곳으로 가지 못했다.



오늘날 우리가 존경하는 바흐, 헨델, 하이든 등이 모두 하인과 같은 신분이었다. 하이든은 고향으로 가기를 청했으나 허락이 떨어지지 않자 '고별' 교향곡을 만들어 마음을 표현하기도 했다.



음악가가 하인을 벗어나 독립적인 예술가로 서기 시작한 것은 프랑스 혁명 이후다. 독립 예술가로 홀로 선 첫 선수가 바로 베토벤이다. 궁정의 후원이 없어도 시민의 후원으로 먹고살 수 있었던 것이다.



모차르트는 궁정 하인을 벗어나서 독립 예술가가 되고자 했으나, 안타깝게도 굶어 죽고 말았다. 독립 예술가는 시민 사회의 성숙과 함께 자라났다. 그런데 모차르트 시절에는 아직 부족했던 것이다.



모차르트는 '영원한 어린이'인가?



이 책 <모차르트, 그 삶과 음악>은 모차르트와 아버지의 관계를 특히 주목한다. 이 점이 기존의 책들과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다. 보통 모차르트의 삶만을 얘기하지, 아버지와의 관계 속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 관심을 갖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버지와의 관계로 눈을 돌리면, 새로운 것들이 보이기도 한다. 예를 들면, 모차르트가 아버지에게 보낸 편지들을 보면, '영원한 어린이' 이미지를 달리 보게 된다.



모차르트에게는 '영원한 어린이' 이미지가 남아 있다. 특히 영화 <아마데우스>가 그런 이미지를 만들었다. 그러나 이 책은 오히려 거꾸로 본다.



모차르트가 성장하면서, 아버지는 자신의 존재 이유를 박탈당했다고 설명한다. 의존적인 것은 아들 모차르트가 아니라 아버지이며, 가정에서 진짜 영원한 어린이는 아버지였다고 주장한다. 상당히 흥미를 끌면서도 공감이 가는 주장이다. 저자는 근거로 모차르트가 쓴 편지들을 제시한다. 그것들을 보면, 모차르트가 언제나 권력을 의식했고 즐겼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신동은 왜 음악과 수학 분야에서만 나올까?



이 책은 '간주곡'이라고 이름 붙인 박스글도 무척 재미나다. '신동 현상'을 분석한 글이 있는데, 음악과 수학에서만 유독 신동이 나오는 현상에 관심을 갖는다. 그런데 알고 보면 수학과 서양 음악은 유사점이 많다. 서양 음악은 사실 수학적 구성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간주곡'에는 복잡한 폴리포니 음악, 이를테면 바흐의 음악을 '얼빠진' 것으로 평가하고, 명료한 호모포니 음악을 좋아하는 당대의 추세를 보여주는 내용도 있어 흥미롭다. 특히 루소가 바흐를 비롯해 폴리포니 음악을 퇴물 취급하는 장면은 여러 생각을 하게 했다.



이는 새롭게 자라나는 신흥 부르주아가 기존 지배층의 복잡한 폴리포니 음악 대신 하나의 선율을 화성으로 받쳐주는 명료한 호모포니 음악을 선호했기 때문이다. 어쨌든 모차르트는 호모포니 음악이 부상하는 시기였기에 신동이 될 수 있었다.



작품 전체에 대한 통관 펼쳐져



모차르트에 대한 기존의 책을 보았던 이라도, 이 책을 읽으면 모차르트 삶의 새로운 면모를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은 작품 분석도 뛰어나다.



모차르트 오페라에 대한 분석, 교향곡에 대한 분석, 협주곡에 대한 분석 등이 펼쳐진다. 대표적인 작품 몇 개를 소개하는 방식이 아니라 모차르트의 음악을 충분히 들어본 적이 없는 이라면, 이해할 수 없는 형식의 글이기는 하다. 그러나 모차르트의 음악을 꽤 들어본 이라면, 작품을 낱개로 보는 시각을 넘어서 크게 보는 시각을 얻을 수 있어 좋다.



이 책을 통해 모차르트의 삶을 새롭게 보고, 한층 더 높은 시각에서 작품을 보는 안목도 얻기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