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얼 퍼거슨의 시빌라이제이션 - 서양과 나머지 세계
니얼 퍼거슨 지음, 구세희.김정희 옮김 / 21세기북스 / 2011년 7월
평점 :
품절


서양 문명은 어떻게 해서 갑자기 세계에서 가장 '잘나가는' 문명이 되었는가? 사실 서양 문명은 오래 동안 '뒤떨어진' 문명이었다. 중국 문명과는 애초에 비교도 되지 않고, 옆에 있던 이슬람 문명과 비교해도 참으로 뒤쳐지는 문명 수준을 지니고 있었다. 그런데 근대에 들어와서 갑자기 발전하게 된다. 그 이유가 대체 무엇일까?

 

이에 대해 가장 좋은 연구를 남긴 이는 사회학자 막스 베버다. 그는 서양 문명의 가장 중요한 특징이 '합리화(탈주술화)'라고 분석했다. 합리화의 대표적인 예가 근대 과학이다. 그렇다고 그가 말하는 합리화가 그 정도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다. 베버의 시각은 그보다 훨씬 더 크다. 그는 합리화의 증거가 바로 산업 혁명과 자본주의라고 보았다. 1세기 가까이 지난 베버의 분석은 지금보아도 탁월하다는 생각이 든다.

 

니얼 퍼거슨의 <시빌라이제이션>도 서구 문명의 급작스런 발전의 이유를 묻는다. 그렇다면 이 책은 어떨까? 이 책은 서구 문명의 비장의 무기가 무려 6개나 있었다고 '주장'한다. 즉 경쟁, 과학, 재산권, 의학, 소비, 직업이다.

 

니얼 퍼거슨은 역사학자'였'다. 덕분에 이 책에는 흥미로운 역사 분석이 많이 등장한다. 특히 흥미로웠던 것은 빈 공성전 이후 프로이센의 군대 발전에 관한 얘기였다. 저자는 옆에 있던 오스만 제국에 비해 뒤쳐져 있던 서양이 갑자기 군사력이 강해지는 이유를 분석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프로이센의 군대가 어떻게 과학적 지식을 군사력에 적용했는지 보여 준다.

 

프로이센의 군대는 뉴턴 물리학을 대포에 적용해 정확성을 높인다. 그리하여 '정확한 포'라는 치명적인 무기를 갖게 된다. 프로이센은 계속해서 탄도학을 발전시켜 더욱 정확한 포를 갖게 된다. 이후 '우월하던 오스만 제국'은 '열등하던 프로이센'의 위치는 바뀌게 된다.

 

이런 흥미로운 역사 이야기들이 많이 있다는 것은 이 책의 큰 장점이다. 그런데....

 

문제는 자신의 주장을 위해 편의적으로 역사를 선택한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저자는 '경쟁은 서구 유렵에 역동적인 효과를 가져왔고, 동아시아는 정치적 독점으로 지체되었다'는 주장을 이미 세워 놓고, 그것을 정당화할 수 있는 자료들을 선택적으로 나열하는 식이다.

 

역사는 기본적으로 일반 서술이 되기 무척 어렵다. 즉 개별 서술이 될 수밖에 없다. 애초 역사학자에게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한 독자가 잘못일까?

 

더구나 저자의 주장하는 문명 발전의 6개의 비장의 무기가 대부분 신자유주의를 합리화하기 딱 좋은 목록이라는 점에서 의문이 커진다. 이 책을 번역한 한국 출판사의 과대 포장에 넘어가서 책을 잡게 되었다는 자괴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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