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 - 2011년 제7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강희진 지음 / 은행나무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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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은 스토리에 '리니지 게임'을 교차시키고, 주인공이 '탈북자'라는 점에서 독특한 소설이다. 구성 상의 특이함도 있다. 현실과 환상을 구분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시작부터 '몽롱하게' 전개된다. 몽롱함을 즐기지 않는 이에게는, 꿈인지 현실인지 환상인지 구분이 되지 않아 읽기에 어려움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익숙해지면 그것이 주는 독특한 맛이 있다. 원래 현실이라는 게 꿈 아니겠는가. 우리는 현실에서 꿈을 보고, 꿈에서 현실을 본다.

 

주인공은 탈북자 청년 '하림'이다. 굶주림 때문에 고향 북조선을 떠나 남한으로 왔다. 그저 배불리 먹게 될 줄 알았던 주인공은 남한에서 철저히 소외된 삶을 살아 간다. '유령'처럼.

 

북조선 사회는 공동체가 아직 살아 있지만, 남한 사회는 누구도 관심을 주지 않고 먹을 것을 챙겨주지 않는 무한 경쟁의 신자유주의 사회. 북조선에서 넘어온 사람이 남한 사회에서 적응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리라. 이 책은 남한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탈북자들의 실상을 그린다.

 

'남을 죽여야 자신이 살 수 있는' 매우 천한 남한 자본주의를 경험해 본 적 없는 탈북자들에게 남한살이는 녹록한 것이 아니다. 게다가 전혀 다른 사회에서 살다보니, 자신이 누구인지 심한 정신적 혼란을 겪게 된다. 그들이 탈북 과정에서 겪은 트라우마가 환상처럼 제시되기도 한다. 그동안 우리가 잘 몰랐던, 신경 쓰지 않았던 탈북자의 세계를 보여 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본다.

 

그렇다고 이 소설이 그런 내용은 단순하게 펼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먼저 주목할 점은 현실과 리니지 게임과의 교차라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실제로 있었던 '바츠 해방 전쟁'을 다룬다. 바츠 해방 전쟁은 현실 시간으로 1년 간 벌어진 싸움으로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이에 대해 이 소설은 이렇게 말한다.

 

"어쩌면 신이 이 세계와 우주를 창조했따는 것은 사실일 것이다. 그러나 그 세계에서 살아가는 인간들의 일에 신은 관여하지 않는다는 것도 사실일 것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신은 인간의 일에 관여할 능력이 없다. 처음 바츠 서버를 만든 프로그램 개발자들은 바츠 공화국에서 이러한 전쟁, 혁명이 일어나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프로그램 개발자들은 하나의 세계와 물리적 법칙들을 고안해 냈지만, 그 창조주는 서버 안의 독재에도, 혁명에도, 반란에도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한다. 그들은 그럴 능력도, 의지도 없다. 그것은 유저의 몫이다. 아무것도 해 줄 수 없다는 점에서 신은 진정 공평하다." 147~8쪽)

 

이 소설이 흥미로운 것은 탈북자들이 보는 남한 사회를 보는 시각이다. 그들이 보기에 남한 사회에는 애초에 현실과 환상을 구분하지 않는 곳이다. 뭐든지 가짜를 만들고 그것을 즐긴다. 이 소설에는 그런 것들이 그려져 있다. 바로 리니지 게임, 대딸방, 연예인이다. 어찌 보면, 이 점이 이 소설의 가장 큰 미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사회에서 주인공은 자신의 이름이 무엇인지, 자신이 누구인지 모른다. 결국, 주인공은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고 리니지 게임 속으로 사라진다.

 

한편 이 소설은 미스터리의 구성을 취하고 있기도 하다. 탈북자들이 주로 모이는 백석공원에서 의문의 살인 사건이 벌어지고, 그것을 쫓는 추리의 요소도 있다. 그런데 문제는 그것을 단지 재미의 요소로만 사용할 뿐, 사건의 의미와 메시지가 없다는 점은 아쉬운 점이다.

 

그렇지만 약간의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은 내용과 구성에 있어 주목할 만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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