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성장 - 패자 없는 게임의 룰
이장우 지음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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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주의, 일등주의에 빠져 있는 한국 사회에 '패자 없는 공존의 철학'이 절실하다. <동반 성장>은 양극화, 승자 독식 경제의 해법으로 주목할만한 동반 성장의 패러다임을 내놓는다. 저자가 제시하는 동반 성장 패러다임은 기존의 산업화 패러다임을 뛰어넘는다. 그것은 미래의 성장 기회를 함께 나누어 전체 파이를 키우고 사회 생태계를 건강하게 만드는 행동 양식이다.



우리 사회 대기업의 행패는 잘 알려져 있다. 가장 흔한 것이 납품단가 인하다. 중소기업들은 억울해도 대기업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또 대기업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중소기업의 기술을 탈취하는 행위를 일삼는다. 핵심 인재를 빼가는 식으로 가로채기도 하고 아예 도면을 빼가기도 한다. 그 외에도 일방적인 거래 단절 행위도 악독하다.



사회의 역동성을 빼앗는 대기업의 횡포



대기업이 이토록 악독한 행위를 맘대로 할 수 있게 된 것은 정부의 정책 때문이다. 1960년대 우리는 뒤늦은 산업화 대열에 합류했다. 중소기업은 낮은 임금을 기반으로 내수에 주력하고 대기업은 수입 대체 산업과 수출 산업의 일선에 나섰다. 1970년대 중반 이후 정부의 중화학공업 육성정책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분업 체계를 강화시켰다.



대기업에 전폭적인 자금 지원이 이루어졌고, 중소기업들은 부품을 공급하는 생산 파트너로 참여했다. 이로써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수직적 분업 관계가 고착되었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시장 불안이 고조되자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갈등 관계는 더욱 심화되었다. 우리나라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갈등은 산업화 시작부터 계속되어 왔다고 할 수 있다.



한 때 대기업 중소기업의 위계는 한국 경제 성장에 큰 기여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 심한 양극화를 낳고, 사회의 역동성을 빼앗고 있다. 이는 경제 성장의 동력을 잠심한다는 점에서 큰 문제이다. 한국 경제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극복해야 할 시급한 문제인 것이다.



상품 혁신을 넘어 전략 혁신으로



저자는 대기업이 국가 경제의 기반을 떠받치고 있지만, 이들에게서 미래의 성장 동력을 찾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성장 동력 창출 능력을 갖춘 새로운 기업군이 탄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앞으로 지속가능한 부가가치는 지적재산권, 브랜드, 고객 관리 분야에서 창출될 거라 예상한다.



따라서 대기업들은 기존 경쟁력의 바탕인 개발-생산-영업의 직선형 가치 사슬에서 벗어나 지적재산권과 브랜드, 고객 관리 중심의 가치 사슬로 이동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그리고 이러한 이동은 경영 패러다임의 대전환을 요구하는 것이다.



이는 '상품 혁신'보다 한 차원 높은 '전략 혁신'이 시장을 창출하는 시대가 되었다는 분석에 기반한다. 아이튠즈라는 전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들고 나온 애플을 예로 든다. 이는 기존의 성장 모델을 버리고 더욱 동반 성장 모델로 전환해야 할 필요성을 말해 주는 것이기도 하다.



건강한 자본주의 생태계 회복을 위해



저자는 시장의 약자인 중소기업을 정부가 적극적으로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단지 약하기 때문에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경제 성장의 길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재 대기업에 의해 왜곡된 시장경제를 다시 건강하게 만드는 길이기도 하다.



저자는 선진국들이 중소기업에 대한 기술 지원, 인센티브, 제도적 장치를 두는 것은 소개한다. 이를테면, 미국은 반독점법을 통해 시작에서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는 시장중심형 동반 성장 모델이다. 일본은 재벌이 아니라 기업 집단이 경제 발전을 이끌었고, 유럽의 공장으로 불리는 독일은 중소기업을 경제를 이끄는 주체로 선택한 나라라고 소개한다.



그렇다면 한국에 적합한 동반 성장 방식은 어떤 것일까? 저자는 시장에 맡겨서도 어렵고 정부가 개입해서도 어렵다고 본다. 정부 통제형과 시장 자율형을 창조적으로 융합시킴으로써 한국형 동반 성장 모델을 만들자고 제안한다.



동반 성장 모델을 만들기 위한 정부의 역할은 우선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공정한 경쟁을 펼칠 수 있는 시장의 룰을 조성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중소기업이 경쟁력 있는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장기적으로 동반성장 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인프라를 정착, 확산시키는 일이다.



공공기관부터 '성과공유제' 시행해야



우선 공공기관의 선도적 역할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2004년 한국의 포스코가 도입한 '성과공유제'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국에서 최초로 성과공유제를 도입해서 공동 기술 개발, 공동 해외 진출, 기술 교육 등에 투자하고 있다.



성과공유제란 대기업이 제품 및 서비스를 공급하는 중소기업과 공동 노력하여 얻은 성과를 사전에 정해진 방법으로 공정하게 나누는 제도이다. 이 제도는 1959년 도요타에서 가장 먼저 도입 발전시켜 큰 성과를 가져온 것이다. 애플의 사례는 더욱 극적이다. 성과공유제를 통한 협력사와의 신뢰 관계는 강력한 경쟁력으로 돌아온다.



이러한 시도를 위해서는 먼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행동 변화가 있어야 할 것이다. 즉 정상적인 거래 관행이 자리잡아야 한다. 이것이 있어야만 기초 신뢰가 다져진다. 저자는 한국에서 선진적으로 이루어진 공존공색의 문화도 소개한다. 한경희생활과학과 하이원전자의 경우가 그런데, 상당히 인상적이다.



건강한 자본주의 생태계 회복과 정체에 이른 한국 경제를 역동적으로 만들 동반 성장을 위한 소중한 제안이 담긴 책이다. 한국 경제의 미래를 고민하는 이라면 반드시 읽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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