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삶을 상상하라 - 자유 시장과 복지 국가 사이에서
토니 주트 지음, 김일년 옮김 / 플래닛 / 2011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한국을 비롯하여 세계는 지난 세월 더욱더 광폭하게 사리사욕의 추구만이 모든 것인 세상으로 변해갔다. 빈부격차는 커지고, 돈벌이에 대한 강박은 삶을 억누르며, 공공성의 가치는 사라져 갔다. 세대 간 이동 가능성 또한 매우 협소해졌다. 그 결과 젊은 세대는 세상에 대한 걱정으로 가득 차 있다. 그들에게는 두려움과 좌절감이 놓여 있다. 

마치 세상은 큰 파국을 향해 달려가는 듯하다. 더 심각한 문제는 누구도 대안을 내놓지 못한다는 데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저자인 토니 주트는 사회민주주의의 가치를 다시 찾자고 말한다. 

사회민주주의는 일종의 교배종이다. 사회민주주의자들은 자유주의자들과 마찬가지로 문화적, 종교적 측면에서 관용의 자세를 견지한다. 하지만 공공 정책에 있어서는 공동선을 위한 공동 행동의 가치와 가능성을 믿는다.

유럽 국가들은 오랫동안 사회민주주의적 정책을 펼쳐 왔다. 그러나 그 모델은 신자유주의자들에게 지나치게 돈이 많이 들고 비효율적이라고 공격받았다. 그리고 신자유주의가 창궐하는 세상에서 오늘날 사회민주주의자들은 방어적인 자세를 취하게 되었다. 

사실 자본주의는 자기파괴적인 속성을 지닌다. 칼 맑스가 잘 지적했듯이, 자본주의는 그대로 두면 망가진다. 시장은 신뢰나 협동 혹은 공익을 위한 단체 행동을 이끌어낼 수 없다. 공동체, 신뢰, 공공선의 문제는 시장을 넘어선 윤리적 가치를 고려해야 한다. 

그렇다면 여전히 사회민주주의의 가치는 진지한 고려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사회민주주의는 민주주의를 진지하게 고려하고, 본질적으로 도덕의 문제가 관심사다. 그들은 언제나 더 나은 삶의 방식을 가능하게 해줄 가치들을 되찾으려고 했다. 

저자는 다른 종류의 사회를 상상하자고 격려한다. 그렇지만 이 책도 별다른 대안을 제시하지는 못한다. 때로 그동안 진보 세력이 신자유주의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진부한 소리를 반복하기도 한다. 

이 책의 장점은 역사적 접근에 있다. 저자가 역사학자인 만큼 흥미로운 분석들을 접할 수 있었다. 특히 토니 주트는 신자유주의 사조가 등장하고 그것이 힘을 얻는 과정에 신좌파의 포스트모던 개인주의가 기여했다고 분석하는데, 이는 상당히 주목할 만하다.

신좌파는 공인된 대표가 통솔하는 조직화된 대중 행동이 변화를 이끌어 낼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은 모든 종류의 억압에 저항했다. 문제는 자본주의의 부정의에만 항거하는 것이 아니라 당시 억압적 관용의 최종형이었던 복지 국가도 비판했다. 복지 국가는 자비로운 감시자라는 것이다. 그리곤 신좌파는 파편화되고 개인의 욕망으로 침잠했다. 

결국 복지 국가의 수혜자인 신좌파가 그것에 치기 어린 비판을 퍼부었고 신자유주의에 힘을 얻는 데 도움을 주었다고 분석한다.

그리고 오스트리아 빈 출신의 보수주의자들에 대한 분석도 꽤나 흥미롭다. 하이에크, 슘페터, 칼 포퍼, 피터 드러커는 모두 빈 출신이다. 저자는 그들이 자신들의 조국 오스트리아가 1차대전과 2차대전 사이에 겪었던 파국에 큰 영향을 받은 사람들이라고 분석한다. 

오스트리아는 파시즘에 이르렀는데, 그들은 그것이 좌파의 실패가 초래한 것이라고 보았다. 그래서 그들은 국가 주도의 계획 경제, 당국에 의해 운영되는 서비스와 같은 좌파 정책을 무익한 것으로 보았다고 한다.

이 외에도 역사적으로 수준 높은 복지 국가는 동질성이 높은 사회에서 나왔다는 분석도 흥미롭다. 북유럽의 성공적인 복지 국가들은 눈에 띌 만큼 동질적인 사회였다고 한다. 즉 복지 국가는 대다수 국민이 스스로 다른 동료 국민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던 곳에서 탄생했다고 한다. 

이렇게 이 책은 더 나은 세상을 상상하기 위한 재료들이 풍부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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