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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 아트 ㅣ Taschen 베이직 아트 (마로니에북스)
실비아 마르틴 지음, 안혜영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10년 12월
평점 :
1940년대 잭슨 폴록이 공업용 페인트를 흩뜨리는 기법을 통해 회화에 대한 퍼포먼스적 접근을 시도했다. 그리고 비슷한 시기에 존 케이지는 피아노 뚜껑을 열고 일정 시간이 지난 다음 뚜껑을 닫음으로써 악기를 이용하지 않는 소리와 소음들을 음악으로 만들었다. 일상과 예술을 통합하는 시도였다. 이들은 예술에 대한 기존 관념을 무너뜨렸다.
오늘날 예술에 대한 기존 관념을 무너뜨리는 데 비디오 아트만한 전위가 없을 것이다. 1960년대 기술 발전에 힘입어 비디오 아트가 탄생했다. 도전적인 예술가들이 새로운 기술을 실험했고, 그것이 예술적 표현에 적합한지 도전했다. 그리고 그들은 각자 새로운 기술을 사용하 다양한 예술 언어로 자신을 표현했다.
선구적인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은 "콜라주 기법이 유화를 대체했듯, 브라운이 캔버스를 대신할 것"이라고 자신만만하게 말하기도 했다. 그렇다. 오늘날 예술의 최전선은 비디오 아트다.
마로니에북스에서 나온 <비디오 아트>는 비디오 아트의 역사를 개괄하고 여러 아티스트를 소개한다. 이 책은 앞부분에 비디오 아트의 지난 역사를 간략하게 실어 지난 과정을 돌아볼 수 있게 했다. 그리고 이어서 다양한 아티스트의 작업을 소개한다.
비디오 아트는 다채롭게 갈래가 뻗어나가고 있다. 다라 번바움은 미디어 시대에 여성의 지위에 대해 질문을 던지기 위해 비디오 매체를 사용하는 작가다. 작가는 여성의 몸을 정형화된 역할 모델과 행동 패턴에 대해 언급하기 위한 수단으로 비디오 아트를 사용한다.
이 책에는 퍼포머로 유명한 아브라모비치의 <발칸 바로크>도 소개되어 있다. 코소보와 크로아티아의 '인종 청소'에 대한 애도를 담은 작품이다. 그녀는 사람 높이보다 더 높이 쌓인 피투성이의 뼈들 위에 않아 있다. 하나하나의 뼈를 의식을 치르듯 씻어내는 민요를 부른다. 마치 희생자를 위로하는 굿을 하는 듯한 느낌이다. 애통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그 외에도 백남준, 클라우스 폼 브루흐, 로버트 카엔, 개리 힐, 마리 호 라퐁텐, 마르셀 오덴바흐, 토니 오슬러, 파브리조 플레시, 빌 시먼, 빌 비올라 등 유명한 비디오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볼 수 있다. 이 작품들은 모두 접하기 힘든 것들이다. 그 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하겠다.
비디오 아트는 시간에 기반한 예술이다. 지면에 정지시킬 때 한계가 생긴다. 이 책의 아쉬움이 그것이다. 움직이는 비디오 아트에서 정지된 한 컷만 볼 수밖에 없다는 것. 컷이 더 많았다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생긴다. 그럼에도 예술의 최전선을 맛볼 수 있었다는 것은 큰 재미를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