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데르센 동화집 1 안데르센 동화집 1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지음, 빌헬름 페데르센 외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시공주니어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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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디즈니 만화영화 속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한 동화책을 즐겨보았다. 화려한 컬러감과 한손에 쏙 들어오는 책 크기에 늘 가지고 다니면서 읽곤 했다. 정말 다양하고 재미난 이야기들이 많았다. 백조공주, 인어공주, 완두콩 위에서 잔 공주, 엄지공주 등 공주시리즈와 미운아기오리새끼, 황제의 새 옷처럼 놀라운 이야기도 있었다. 아주 어렸을 때 읽었지만, 그림과 이야기가 여전히 선명하게 머릿속에 남아 있다. 누구나 마찬가지일 거다.

그때 읽은 이야기들을 이번 안데르센 동화집을 통해 다시 한 번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어릴 때처럼 큰 감흥을 느끼기엔 내가 너무 나이 들어버린 걸까? 작고 귀여운 엄지공주의 파란만장한 이야기에 가슴 설레지도, 인어공주의 가슴 아픈 사연에 눈물 흘리지도 않았다. 다만 '아, 원래 얘기는 이랬었구나?' '이게 안데르센이 쓴 거였어?' 할뿐이었다.

하지만 나이를 헛먹은 건 아니었다. 보고 배운 게 있어서인지 동화가 다른 관점에서 보이기 시작했다. 안데르센이 살았던 19세기 초의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었고, 덴마크의 역사와 자연환경 또한 알 수 있었다. 특히 동화 이야기인 만큼 그 시대의 문화와 당시 사람들의 사고 또한 알 수 있었다.

가령, [들판의 백조]에서 마녀에 대한 중세 사람들의 태도와 미신들을 엿볼 수 있었다. [행복한 덧신]은 1400년대와 1800년대를 비교하며, 덴마크의 도시 정경이 아주 생생하게 묘사되고 있다. [작은 클라우스와 큰 클라우스]는 농촌의 부익부빈익빈이 현저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길동무]에서는 당시 사람들의 종교관을 엿볼 수도 있었다.

안데르센은 순수창작으로 동화를 쓰거나, 덴마크와 이웃나라들에서 전해 내려오는 민담을 각색해서 동화를 만들었다. 또 당시 동화들이 교훈과 도덕성에 집중했지만, 안데르센은 자유로운 상상력과 환상적인 이야기에 힘썼다.  

안데르센은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이야기에 솔직했던 것이다. 그래서 안데르센의 동화는 환상적인 줄거리와 친숙한 소재와 묘사를 통해 인간의 욕망을 이야기한다. 굶주리지 않고 배불리 먹고 싶은 욕구, 현재의 시련을 견디고 성공하려는 욕구, 신분상승의 욕구, 상대의 사랑을 얻고자 하는 욕구 등을 투박하게 그려낸다. 그리고 그 욕구는 환상의 힘으로 대리 만족된다. 그의 동화가 사람들의 공감을 얻는 이유가 아닐까 생각한다. 

시공주니어에서 나온 이 책은 번역이 깔끔하고 그동안 볼 수 없던 안데르센의 작품도 소개해 의미가 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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