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노믹스 - 세계를 열광하게 만든 가장 아름답고 잔혹한 경제학
사이먼 쿠퍼 & 스테판 지만스키 지음, 오윤성.이채린 옮김 / 21세기북스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혼란의 세계에서 질서를 읽어내는 책이다.

리그 성적표, 사회적 네트워크와 월드컵 성적의 관계, 축구 클럽과 도시의 관계 등에서 숨겨진 질서를 찾아낸다. 그리고 질서를 찾는 데 유용한 도구로 수학을 이용한다. 

우선 이 책은 월드컵에서 잉글랜드가 항상 예상보다 못한 성적을 거두는 이유를 분석한다. 그 분석 과정에는 경제 발전을 설명하는 개발경제학, 사회적 네트워크 등의 도구를 이용한다. 분석 결과, 잉글랜드가 월드컵에서 예상보다 못한 성적을 거두는 것은 '월드컵 때마다 운이 나빠서'가 아니라, 그 성적이 잉글랜드에게 맞는 성적이라고 주장한다. 

이어 저자는 통계학의 다중 회귀 기법을 이용해 잉글랜드가 월드컵에서 이룬 성적이 자신의 실력에 맞는 것임을 입증해 보인다. 그래서 저자는 잉글랜드가 중심에서 밀려난 지 한참이나 되었는데도, 잉글랜드 사람들은 자기네 나라가 세계 축구의 중심이라는 잘못된 믿음을 버리지 못한다고 따끔하게 지적한다. 

축구에 한 식견 있는 이라면 누구든 어떤 주장이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책이 놀라운 것은 수학, 경제학, 통계학의 방법을 이용해 그릇된 믿음을 깨며 주장을 내놓는다는 사실이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이 바로 이러한 점이다. 

축구 클럽은 신생 산업 도시에서 세를 확장해

뛰어난 축구 클럽이 있는 도시를 분석한 부분도 무척 흥미로웠다. 여기서는 사회학적 분석이 이루어진다.

맨체스터의 경우를 보자. 맨체스터는 19세기 급격한 산업화가 이루어진 도시다. 고향을 떠난 이주민이 이곳 공장으로 몰려들었다. 이주민의 많은 수가 지역 축구 클럽에 들어갔다. 이들은 축구를 통해 과거 고향에서 느낀 공동체의 소속감 비슷한 감정을 느꼈을 것이다. 

유럽 최고의 축구 도시 대부분이 맨체스터와 비슷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신생 산업 중심지가 형성되고 그곳에 불행한 시골 사람들이 떼로 몰려든다. 이주자들은 마음 붙일 곳을 찾아 헤매다 결국 축구를 만난다. 그래서 축구 클럽은 신생 산업 도시에서 나타나 세를 확장한 것이다. 

저자는 이렇게 산업과 축구의 유대를 읽어낸다. 맨체스터, 토리노, 밀라노, 이스탄불, 바르셀로나 등. 이 도시에는 어마어마한 인구가 유입했고, 낡은 질서가 자취를 감추었으면, 주민의 지역 소속감이 약했다. 그 결과, 정서적 공백이 생겼고, 이를 메워야 했다. 이는 전통적인 상류층이 남아 있는 도시와 비교하면 더 잘 드러난다. 옥스퍼드, 케임브리지, 켄터베리 등에는 안정적인 상류 계층이 있었고, 이들에는 축구 클럽이 없다. 즉 안정적인 질서를 유지하는 과거의 도시에는 주민들이 지역에 정착하기 위해 축구 클럽을 매개로 삼는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반면 신생 산업 도시에는 축구 클럽과 충성스러운 팬, 클럽을 위해 싸우는 선수들, 그리고 돈을 대는 지역 유지가 있다. 지역 팬들과 후원자들은 자기 지방의 자존심이 약해지고 있다고 느낄 때 클럽을 지원한다. 마치 중세인들이 성당을 건축했던 것처럼.

사업과는 거리가 먼 축구 클럽

내 생각에 저자의 결론은, 축구 클럽은 사업처럼 운영하면 축구도 못하고 사업도 안된다는 것이다. 이 책은 좋은 성적을 내는 것과 수익을 내는 것 사이에 아무런 연관성이 없다고 분석한다. 

그 외에도 통계학을 이용해 축구에만 존재하는 '페널티 킥'이 경기의 흐름을 뒤바꾸지 않는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페널티 킥은 결국 경기의 흐름을 잡은 팀에게 주어진다는 것이다. 이렇듯 여러 가지 흥미로운 분석들이 담겨 있다. 

축구를 소재로 이토록 다양한 학문적 분석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은 큰 자극이다. 내게 이 책은 혼란의 세계에서 질서를 읽는 방법을 깨우치는 훌륭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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