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비디우스의 사랑의 기술 - 2000년을 이어온 작업의 정석
오비디우스 지음, 김원익 옮김 / 에버리치홀딩스 / 201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오비디우스의 <사랑의 기술>은 플라톤의 <향연>이나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처럼 철학적이지 않다. 또 사랑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을 목적으로 하는 책도 아니다. 실제적인 도움을 주는 정보들로 가득한 실용서다.그렇다고 그 정보들이 얄팍한 것은 아니다. 사랑에 대해 성찰에서 나온 정보들이다. 결국 이 책은 통찰과 깊이를 지니면서도 실제적인 도움을 주는 정보를 제공한다.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 무척 놀라웠다. 로마 시대에 쓰여진 연애 서적의 원형이기 때문이다. '사랑에도 합리적인 기술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로마 시대에 체계화된 연애 서적이 오늘날까지 전해진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오늘날 연애 서적의 기초 전제도 바로 '사랑은 기술'이라는 것이다. 철학적인 성찰이 가득한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부터 얄팍한 연애 서적까지 말이다.

또 로마의 일상생활을 알려 주는 역사적 정보들도 많아 재미있다. 이를테면 로마의 목욕탕이 복합문화시설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어쨌든 사랑은 결코 저절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준비한 자에게만 사랑은 찾아온다. 이 책은 그 준비를 잘 하게 도와준다. 예로 든자면, '작업 걸 시점을 잘 선택하라'는 충고다. 오비디우스는 이렇게 말한다.

"여자의 생일이나 아프로디테 여신과 그녀의 애인 아레스 신의 결합을 기념하는 4월 1일에는 작업을 거는 것을 삼가라. 어차피 그날은 여자가 선물을 받는 날이다. 극장 앞이 예전처럼 자잘한 인형을 파는 잡상인들로 붐비는 게 아니라, 왕가의 휘황찬란한 보물들로 전시되는 날도 작업을 걸지 마라. 그날은 선물을 해도 빛이 나지 않는다."(81쪽)

그렇다. 오비디우스의 충고는 정말 적절하다. 오늘날 이성의 환심을 사기 위해 밸런타인 데이나 화이트데이 때 선물을 주곤 하는데, 그것은 정말 효과가 없는 일이다. 오비디우스의 통찰은 참으로 놀라움 점이 있다. '체위는 체형에 맞게 정하라'는 조언도 인상적이었다. 오비디우스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얼굴에 자신 있는 여자는 반듯하게 누운 자세가 좋다. 등에 자신 있는 사람은 등이 보이는 자세가 좋다. 히포메네스는 아탈란데의 다리를 자신의 어깨 위에 올려놓는 자세를 취했다. 다리가 매끈한 사람은 이런 자세가 좋다. 키가 작은 여자는 기마 자세를 취하라."(246쪽)

그 외에도 오비디우스는 많은 유용한 충고를 준다. 이런 많은 유용한 정보를 그 어떤 책에서 또 접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 지경이다. 유용한 정보를 접하는 재미 외에도 오비디우스의 뛰어난 문장을 보는 것도 재미나다. 오비디우스의 문장은 무척이나 유려하다. 아름다운 문장을 잘 보여 주는 부분을 인용해 보자면, 다음과 같다.

"진수성찬으로 차려진 파티도 여자들에게 접근할 기회를 제공해 준다. 파티에서는 포도주 말고도 덤으로 사랑을 얻을 수 있다는 뜻이다. 그곳에서는 얼굴에 홍조를 띤 사랑의 신 에로스가 부드러운 손으로 포도주의 신 디오니소스를 끌어안는다. 포도주가 에로스의 마른 날개를 살짝 적시면, 신은 제자리에 그래도 서 있기가 힘들다. 그는 젖은 날개를 재빨리 털어보지만, 이미 사랑으로 촉촉하게 적셔진 그의 심장은 도저히 말끔하게 털어낼 수가 없다."(62쪽)

그렇지만 오비디우스는 여성에 대한 편견을 지니고 있다. 이는 시대의 한계라 할 수 있겠다. 이를테면 "남자들의 욕망은 분수를 알고 광적이지 않다. 남자들의 욕망에는 신체적으로 한계가 있다. 하지만 여자들의 욕망은 끝을 모른다."(67쪽)고 하는 부분이나, "여자들은 한 남자만을 사랑하는 게 아주 힘든 모양이다."(73쪽)하는 부분도 그렇다.

또 "이 모든 범죄는 여자의 정욕 닷에 일어난 것이다. 여자의 정욕은 우리 남자보다 훨씬 더 격렬하고 거의 광기에 가깝다."(78쪽)거나 "여자들은 완력을 좋아한다...... 여자는 갑자기 기습을 당해 사랑의 기쁨을 누리는 것을 즐긴다."(106~7) 하는 부분도 그렇다. 특히 마지막 인용은 잘못하면 강간을 합리화하는 논리가 될 수도 있어 위험하다.

어쨌든 오비디우스에게는 이러한 편견이 있어 문제이기는 하지만, 이 책 <오비디우스의 사랑의 기술>은 많은 장점이 있다. 1, '훌륭한 해제' 2, '읽기 편한 번역' 3, '우아한 문장' 4, '뛰어난 심리묘사' 5, '로마의 일상생활 재현' 6, '다채로운 도판과 그에 대한 친절한 해설'이다. 

오비디우스의 사랑의 기술은 단지 여성을 꼬시는 기술을 가르쳐주는 얄팍한 책이 아니다. 여성에게 필요한 기술과 이미 얻은 사랑을 지키는 방법도 알려 준다. 그리고 상처받은 사랑을 잊는 방법도 알려 준다. 순고하고 아름다운 사랑은 기술이 필요하다. 그리고 배워야한다. 오비디우스의 사랑의 기술도 그에 도움을 주는 책이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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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번역가는 현대 연애 서적이 오비디우스의 책에 비해 통찰과 깊이에 미치지 못한다고 소개한다. 그렇지만 그건 오늘날 서적을 잘 모르기 때문이 아닐까? 몇 가지 예만 들어도, <똑똑하게 사랑하라>(필립 맥그로), <사랑은 어떻게 시작하여 사라지는가>(스턴버그), <사랑의 색깔>(알란 리) 등의 주옥 같은 책들이 있다. 성찰과 실용이 모두 겸비된 책들이다. 

심지어 최근엔 청소년용 책도 나왔다. <사랑을 물어봐도 되나요>(이남석)가 그것이다. 이 또한 청소년용임에도 깊이 있는 성찰과 실용적인 정보를 담고 있다. 책들은 나름대로 다들 가치가 있다. 이 책 역시 오늘날에도 공감할 만한 정보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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