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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란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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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A는 오대양 사건을 모티브 삼아 쓰여졌습니다. 23년 전 1987년 8월 29일, 신도 32명이 한꺼번에 사망해 당시 시회를 떠들썩하게 만든 사건입니다. 종교적 문제와 관련있을 것으로 추측하지만 정확한 내막은 아직도 밝혀지지 않았죠. 하성란은 이를 시멘트 공장 기숙사에서 24명이 한꺼번에 사망한 사건으로 그립니다. 하지만 오대양사건을 소재로 쓸 뿐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거나 섣부른 판단을 내리지 않습니다. 
 
소설의 줄거리를 이렇습니다. 시골마을에 시멘트 공장을 세워 단기간에 급성장한 신신양회에는 대표인 '어머니'와 회사 내 기숙사에서 20년째 함께 지내온 여자들이 함께 살아갑니다. 여자들은 서로 자매처럼 지내며 '어머니'를 따릅니다. 그리고 그녀들은 아버지를 알 수 없는, 자신이 낳은 아이들을 함께 키우는 처지이기도 합니다. 
 
문제는 '어머니'가 신신양회를 무리하게 확장하려는 데서 시작됩니다. 사채를 끌어쓰다가 신신양회는 풍지박살이 나게 되고, '어머니'는 궁지에 몰립니다. 결국 이들은 집단자살을 합니다. 아무런 저항 없이 목을 졸려 죽임을 당한 것입니다. 목을 조른 사람은 마지막으로 밧줄에 목을 매 자살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렇게 해서 죽은 이는 여자가 21명, 남자가 3명.
 
주인공 '나'는 당시 현장에 있었으나, 후천적 시각장애로 겨우 살아남게 됩니다. 하지만 볼 수 없기에 목격 또한 할 수 없었습니다. 주인공은 어둠속에서 유일하게 범인의 목소리와 손만 기억합니다. 그리고 사건 당일 학업 때문에 다른 지역에 있던 신신양회 아이들도 살아 남습니다. 
 
사건 후 아이들은 뿔뿔이 흩어지지만, 어른이 되어 홀린듯 서로를 찾습니다. 그리고 다시 신신양회로 모여듭니다. 이들은 자신들의 엄마들이 했던대로 그들만의 공동체를 만듭니다. 여성의 왕국 아마조네스처럼. 이들은 마음에 드는 남자와 하룻밤을 보낸뒤 임신한 후 신신양회로 돌아와 아이를 낳아 키웁니다. 결혼은 하지 않으니, 남편도 없고 아버지도 없습니다. 이들은 서로에게 의지하며 한동안 잘 살아갑니다. 무너진 신신양회를 멋지게 재건시키고, 아이들을 잘 키웁니다. 
 
한편 소설 속 시간과 화자는 순환하면서 반복됩니다. 그래서 소설은 복잡하게 읽힙니다. 일관된 서사가 아니라 인물의 기억과 현실의 삶을 교차되면서, 신신양회의 과거와 현재가 부딪힙니다. 그리고 똑같이 반복됩니다. 이러한 구성이 때로는 소설에 집중하지 못하게 하는 점이 있지만, 주제를 드러내기 위한 작가의 의도임은 분명합니다. 어쨌든 과거의 신신양회가 개인의 욕망에 의해 무너졌듯 현재의 신신양회 또한 끝임없는 욕심으로 평화가 무너집니다. 

줄거리를 정리하면 소설 'A'는 간단해 보입니다. 하지만 글은 단편으로 잘려 흩어져 있습니다. 화자와 시간도 계속 바뀝니다. 이러한 새로운 시도는 의미있어 보입니다. 독자에 따라 다양한 재구성이 가능해지니까요. 즉 작가는 일부러 간단한 줄거리를 제공하지 않고, 독자가 스스로 '놀이'를 즐기게 만들었습니다.

그렇지만 이런 골치 아픈 놀이를 즐기는 독자는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대중성보다는 새로운 시도에 집중한 저자의 노력에 찬사를 보냅니다. 그리고 이 소설은 천사, 아마조네스, 간통의 뜻이 되는 A의 정체에 대해서는 계속 생각을 계속 생각하게 만듭니다. 새로운 구성에 묵직한 메시지를 전하는 미덕을 지닌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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