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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유해한 장르다 - 미스터리는 어떻게 힙한 장르가 되었나
박인성 지음 / 나비클럽 / 2024년 8월
평점 :
평소 좋아하는 미스터리 장르에 대해 어떤 분석이 담겼을지 기대됐던 책이다. 미스터리 장르는 고전적인 탐정 소설로 시작되었고, 냉전 시대에는 이데올로기적 '적'을 상상한 첩보 미스터리가 유행했다. 19세기에는 미국화된 보일드 누아르가 인기를 끌었으며, 한국에서도 브로맨스와 미스터리를 결합한 누아르가 주목받았다. <사바하>, <파묘> 같이, 영적 현상을 탐구하고 그 안에 어떤 원리가 있다고 믿는 오컬트 장르도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다.
저자는 미스터리가 사회적 관계에서 언제든지 나타날 수 있는 위험을 상정하며, 그에 대한 면역력을 길러준다고 설명한다. 미스터리는 범죄를 도구화하지만, 범죄자의 시선을 통해 사회적 현실을 반영한다. 연쇄 살인마와 사이코패스 등 인간 내부의 비인간성을 탐구하는 범죄 심리학 장르가 대중적으로 소비되는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도 영화나 드라마뿐만 아니라, 다큐멘터리 채널에서 자주 보고 있다.
나아가 한국 미스터리의 고유함을 찾기 위해선, 우리가 현재 살아가고 있는 사회에 대한 이야기가 잘 드러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한국 사회는 커뮤니티와 SNS에서 매일 쏟아지는 사회 이슈와 가십에 대해 거대한 법정처럼 서로 판결을 내리려 한다. 또한, 복잡한 서사와 진실을 추적하기보다는 범죄자를 심판하고 단죄하는 쾌감을 추구하여 <모범택시>, <빈센조> 같은 콘텐츠도 인기를 끌었다.
내가 즐겨보는 미스터리 장르가 어떤 역사와 의문점을 바탕으로 발전했는지 알아볼 수 있어 흥미로운 책이었다. 세계관이 비교적 자유롭고 광범위한 SF 미스터리 책도 여러 권 소개되어 있는데, 책은 거의 다 안 읽어봤다 ㅎ.. 소개된 영화나 드라마는 거의 다 본 상태인데, 내용을 알고 이 책을 읽으면 더욱 재밌을 것 같다. 요즘 같은 날씨에 에어컨 틀고 미스터리 소설이나 영화 보면서 맥주 마시면 딱인데 :)